고종황제가 황궁으로 사용한
덕수궁 석조전 역사관이 백미
커피잔 만들기ㆍ당시 옷 입기 등
정동 곳곳서 체험 프로그램
정동 야행(夜行)은 한국 근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 중구 정동을 폭넓게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봄ㆍ가을 두 차례씩 열리는 역사문화축제다. 오후10시까지 행사가 이어지며 도심의 특별한 야경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난해에 32만 명이, 올해 봄에만 10만 명의 시민이 정동야행을 찾았다.
오는 28~29일 열리는 이번 가을 정동야행의 주제는 대한제국이다. 고종은 1897년 10월 황제로 즉위하면서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꿨다. 이후 일제에 합병되기 까지 제국의 역사는 덕수궁을 비롯한 정동 일대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행사를 주최하는 서울 중구는 18일 오후 언론을 대상으로 정동야행을 미리 느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제국 당시로의 시간여행은 대한제국 황궁이던 덕수궁에서 대한제국 여권을 발급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덕수궁 돌담길에 마련된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먼저 들른 곳은 이번 행사의 백미로 꼽는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이다. 근대 첫 근대식 석조건축물인 석조전인 1919년까지 고종황제의 황궁으로 사용됐다. 1층은 시종들의 준비공간으로, 2층은 접견실 및 고종황제의 침실 등 사적 공간이다.
대한제국역사관은 평소 주말 오후 5시까지만 문을 열지만, 28∼29일 축제 기간에는 오후 6시와 7시 등 모두 4차례 개방된다. 중구는 23일까지 정동야행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아 회당 20명씩 총 80명을 사전 선정해 관람 기회를 마련한다.
대한제국 역사박물관 야간 방문 외에도 정동야행 축제는 대한제국 현장 곳곳에서 당시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당시 옷을 입고 사진도 찍고, 대한제국의 상징인 오얏꽃으로 반지와 팔찌 등 장신구를 차볼 수도 있다. 또 개화기 고종이 즐겨 사용했다는 커피 잔을 직접 만들고, 내년 정동야행 때 받아 볼 수 있는 편지를 담아 우체통에 넣어보는 행사도 있다. 또 정동 분수대를 중심으로 정동 일대를 환하게 비추는 홍등 거리에선 조선 시대 축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대한제국역사관 방문 후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덕수궁 중명전과 정동제일교회를 돌아보는 것으로 짧은 정동야행 맛보기는 마무리됐다. 왕실 도서관으로 지은 2층 벽돌건물인 중명전은 본궁과 약간 떨어져 별궁의 개념으로 사용되던 곳이며, 정동제일교회는 현존 국내 유일 19세기 교회건물이다. 축제 기간 정동제일교회와 인근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축제 참가객들을 위해 이국적인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진다.
덕수궁,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정동극장, 구 러시아공사관 등 근대문화유산들을 밤늦게까지 볼 수 있는 것은 정동야행만의 특징이다. 볼 것 많은 정동야행을 위해 중구는 90분간 이들 주요 명소를 둘러보는 탐방 프로그램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를 준비했다. 참가비는 없으며 정동야행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또 정동의 야간 개방 시설을 찾아 스탬프를 7개 이상 찍어오는 방문자에게는 음식점 40여 곳에서 20%, 숙박업소 20여 곳에서 최대 65% 할인해주는 기념 증서를 준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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