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계좌 가압류 때 회수 조항
‘본압류 때만 회수’로 개정
휴면예금 10년 지나도 지급해야
앞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2주 안에는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이 대출을 해지할 수 있게 된다. 10년 이상 잊고 지냈던 예금도 그동안은 은행이 줄 지 말 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언제든지 은행에 가면 찾을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 등 6개 금융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개정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지 14일 이내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고 대출을 취소할 수 있는 ‘대출계약 철회권’이 새로 도입된다. 대출모집인 등의 말만 듣고 대출의 필요성이나 금리 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았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대출자에게 2주 간 다시 생각해볼 기회(숙려기간)을 주겠다는 취지다.
대출계약 철회권을 행사하면, 처음부터 대출 받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여서 신용평점 하락 등의 불이익도 없다. 다만 며칠이라도 대출기간 만큼의 이자, 담보대출일 경우엔 은행이 지불한 근저당설정비 등은 대출자가 부담해야 한다. 철회가 가능한 대출의 한도는 신용대출 4,000만원, 담보대출은 2억원까지다.
한편으로 무분별한 남용을 막기 위해 횟수는 제한했다. 한 은행 기준으로 연 2회, 전 은행 기준으로는 월 1회까지만 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A은행에서 철회권을 한 번 썼다면 전 은행에 이 사실이 공유되기 때문에 한 달 내로는 다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휴면예금 관련 약관도 개정됐다. 지금은 마지막 거래 후 5년이 지난 예금은 은행이 휴면예금으로 분류해 서민ㆍ취약계층을 위한 미소금융 등의 재원으로 출연할 수 있다. 출연 후 다시 5년이 지나면 은행 재량으로 원리금을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번 약관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거래 후 10년이 지나야 휴면예금으로 분류된다. 그 동안은 5년까지만 쌓이던 이자도 10년간 책정된다. 10년이 지난 휴면예금은 은행이 공익 재단에 출연할 수 있으나 고객이 예금 지급을 요구하면 은행은 휴면예금의 원리금(원금+10년까지 이자)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한편 공정위는 대출 고객 예금계좌가 가압류됐을 때, 은행이 별도의 통지 없이 고객의 예치자산에서 대출원리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도록 한 약관(기한이익상실 조항)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가압류가 아닌 본압류 결정이 내려져야 대출을 회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고객에게 반드시 독촉이나 통지 등의 사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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