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울렸지만 긴장감 없어…책상 앞 모니터 들여다보기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 높이고 조기교육 강화 방안도 찾아야”
19일 전국 단위 민방위 훈련에 경주지진 이후 국민적 불안감이 가중된 지진을 가정한 시나리오가 실시됐지만 대피요령 숙지나 진화장비 점검 등이 미비해 실제 재난상황 대비 훈련으론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2시 제403차 민방위 (지진)훈련이 진행된 부산 연제구 부산교대 본관. ‘웽~’하는 민방위 사이렌 소리에도 본관 1층 몇몇 교직원들은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교직원의 “빨리 대피하세요”라는 말에 본관 밖으로 나가는 교직원들의 모습에선 긴장감을 찾기 힘들었다.
국민안전처는 지진발생시 상황별 행동요령으로 ‘실내에서는 탁자(책상) 아래로 들어가 흔들림이 멈추길 기다리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책상 밑으로 대피하는 직원들은 거의 없었다.
본관 밖에서는 지진에 따른 화재발생 대비 진화훈련이 시연됐다. 3층 건물인 본관 옥상에 화재를 가정한 연막탄을 피우고 소화전을 틀었지만 물줄기는 2층 높이에서 멈췄다. 한동안 사용치 않아 녹이 슨 탓인지 누런 물줄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훈련을 지휘한 교직원은 “소화전이 노후 됐거나 펌프 출력이 약한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교대의 자위소방대는 지휘반, 진압반, 대피유도반, 구조구급반 등 85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이날은 필수 근무인원을 제외한 50여명이 훈련에 동참했다. 이어진 심폐소생술 훈련에는 이들 중 절반이 채 못 미치는 인원이 실습했다.
전체 인원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담당자는 “올해 4번째 훈련이라 매번 돌아가면서 실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또 다른 교직원은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심폐소생술이 포함돼 있어 능숙하지만 교직원들은 다소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훈련이 실시된 부산 해운대구 우1동 주민센터는 직원들이 주민들을 안내하기에 버거운 모습이었다. 훈련에는 직원들과 주민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사이렌 소리에 대부분은 테이블 밑으로 몸을 피했지만 숨을 곳을 찾지 못한 한 주민은 우왕좌왕하다 이미 5~6명이 자리를 잡은 테이블에 간신히 몸을 밀어넣었다.
2~3분 뒤 지진이 멈췄다는 방송이 나오자 이들은 가방과 방석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옛 해운대역 광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주민센터 밖 대기석에 앉아있던 민원인 4~5명에겐 훈련 참여를 부탁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한 주민센터 직원은 “우리도 훈련에 의무적으로 임하는 부분이 있는데다 주민들 역시 훈련에 대한 중요성이나 동참의지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진과 태풍이 일상화된 일본의 경우 조기교육과 시민의식이 훈련에 동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며 “부산에서 지진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119안전체험관을 통한 홍보나 캠페인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조기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재난 훈련의 한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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