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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인터뷰 조작 의혹... 진실 규명을 꼭 바랍니다

입력
2016.10.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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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좋은 인터뷰어(Interviewerㆍ인터뷰 하는 사람)는 자신이 아는 것만 물어본다.’

대학시절 저널리즘 수업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인터뷰할 대상에 대해 충분한 사전 조사와 넘치는 공부가 선행돼야만 좋은 질문과 그에 걸맞은 훌륭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기자가 된 후 이 말을 절감했습니다. 뭘 좀 알아야 궁금한 것도 생겼습니다. 취재해야 하는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할 경우 취재원들에게 도대체 뭘 물어봐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고 그 때마다 기자의 무식이 탄로날까 겁이 났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취재가 충분하다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A란 사람(취재원)에게 들은 제한된 내용에 의존해 겨우 기사를 써내는 주제에 ‘나올 얘기는 이미 다 나왔다’ ‘이 정도면 나(기자)도 알고 너(독자 혹은 시청자)도 알겠지’라며 속단해버리는 경우. 매일 마감시간에 쫓긴다는 핑계가 이를 합리화시키곤 했습니다. B나 C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설사 A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더 완벽하게 뒷받침 해줄 구체적인 사례와 목소리가 필요한데도 말입니다.

최근 불거진 MBC 기자의 인터뷰 조작 의혹은 기자의 역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였습니다.

MBC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 4~5월 한 기자가 제작한 ‘뉴스데스크’ 리포트 중 서로 다른 내용의 세 개 리포트에서 각각 인용된 음성변조 인터뷰가 동일인의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즉 동일인이 각각 다른 호칭으로 불리며 인터뷰가 연출됐다는 겁니다.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

기자협회 등은 사측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지난 13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보도 당사자인 MBC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기자협회장을 보도국이 아닌 심의국으로 인사발령을 내 ‘부당 인사’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간혹 인터뷰에 응해 준 사람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맥락으로 기사가 나왔다며 기자에게 항의하는 일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한 사람을 마치 다른 사람들인 것처럼 인터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기는 참 드문 일입니다.

앞서 거론한 사례처럼 기자가 뭘 잘 모르거나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지는 건 ‘역량 부족’으로 비판할 여지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인터뷰 대상과 발언을 연출했다는 건 말 그대로 기사 자체를 꾸며냈다는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기자협회의 말대로 “동료를 속이고 MBC 뉴스를 속이고 시청자를 속인 것”으로 ‘언론인 자격’에 대해 물어야 할 사항입니다. 한 지상파 뉴스 기자는 “시간 내에 원하는 인터뷰를 못 할 때 정말 막막하다”면서도 “부족한 기사로 욕을 먹을지언정 (조작은) 전혀 상상도 못 해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최근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에 해당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는 등 심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안 그래도 바닥을 친 MBC 뉴스의 신뢰도는 더욱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 헤엄치면서도 굳이 MBC ‘뉴스데스크’를 시청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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