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2부) 강원FC 세르징요(28)가 위조여권 사용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외에 의심되는 선수가 1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리그 전체의 이중국적 외국인 선수들로 사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은 “세르징요가 17일부터 이틀째 경찰청 외사정보과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세르징요가 2004년 브라질에서 시리아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조 여권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르징요는 “브로커로부터 나의 조부가 시리아계라 시리아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한 일이다”고 해명했다.
강원은 세르징요와 지난 6월 계약하며 그를 아시아쿼터로 분류했다. K리그 구단은 최대 4명(3+1)까지 외국인 선수를 둘 수 있다. 비 아시아지역 출신 3명에 아시아지역 출신자는 1명 더 뛸 수 있다. 세르징요의 경우 국적은 시리아라 아시아쿼터지만 사실상 브라질 선수나 마찬가지라 강원은 일반 외국인 선수 4명이 뛰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얼마 전 여자프로농구 첼시 리가 출생증명서를 조작해 외국인 선수가 아닌 한국 선수로 맹활약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해프닝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강원은 “세르징요가 지난 6월 시리아 여권으로 정상 비자를 발급받은 것을 다 확인했다. 적법한 절차를 모두 준수했다”고 항변했다. 프로연맹 역시 “여권이 정상 발급됐다면 구단이나 연맹 차원에서 위조인지 여부를 가려내기는 힘들다”고 해명했다.
이번 일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불법 이중국적 선수들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FIFA는 강원 외에 챌린지의 모 구단에도 A선수의 이중국적 취득 과정을 조사해보라는 메일을 보냈다. A 역시 브라질 태생이고 팔레스타인 국적을 갖고 있어 아시아쿼터로 등록됐다. 이에 모 구단 관계자는 “확인해보니 문제가 없다. A는 K리그에 오기 전 중동리그에서도 아시아쿼터로 뛰었다. 세르징요와는 다른 케이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은 당분간 세르징요를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모 구단은 “경찰 등 수사 기관에서 A를 수사하고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정상적으로 경기에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K리그에는 올 시즌 60여 명의 외국인 선수가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이중국적자는 6명인데 세르징요와 A를 제외한 4명은 원 국적이 호주고 추가로 다른 국적을 취득한 케이스라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프로리그에서는 2000년대 초반 여권 위조 사례가 여러 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유로 국가(EU) 국적이 아닌 선수가 5명 등록에 1명 출전으로 제한되자 남미 국적 선수들이 위조여권을 사용해 발각됐다. 우루과이 대표팀 공격수 알바로 레코바(40)가 대표적이다. 레코바는 자신의 먼 조상이 이탈리아 출신이라며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한 뒤 여권을 발급받았다가 1년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프로연맹 측은 “국내에서 이중국적으로 문제가 생긴 건 이례적이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통제할지 고민해보겠다.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징계 절차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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