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예의를 지키지 않고 발언한 김경일씨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이 고민할 것이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 등을 대상으로 벌인 국정감사를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기자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전 서울시립동부병원장)에게 한 것입니다.
당시 국감장은 고(故) 백남기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김 전 원장은 백남기씨의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는 다른 의견들을 쏟아냈던 참이었습니다. ▦수술해도 살릴 수 없는 환자를 수술한 점 ▦목숨만 유지시키는 연명치료를 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한 점 ▦물대포를 맞아 뇌를 다쳐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점 등이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지는, 곧 사망할 환자를 수술과 연명치료로 무의미한 삶(식물인간)을 연장하게 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백씨의 죽음은 물대포를 쏜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게 뻔하니 이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것이죠.
국민의 입장에서는 백 교수의 말만 듣기보다 또 다른 전문가인 김 전 원장의 발언을 들음으로써 이번 사안을 이해하고 판단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당 의원은 참고인의 이런 발언이 몹시나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발언도 못 한다면 앞으로 논쟁이 되는 사안이 있을 때 누가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을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는 이유로 이윤성 서울대병원ㆍ서울대의대합동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의대 법의학과교실 교수)을 몰아세워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 교수가 지난 3일 특위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나라면 외인사라고 적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보고서에는 외인사라는 말이 없는데, 보고서 작성 후에 왜 외인사라는 말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주치의가 진정성 있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외인사로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상반된다는 주장이었지만, 기자에게는‘환자를 직접 진료하지도 않았으면서 쓸 데 없는 말을 해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질책성 지적으로 들렸습니다.

17일에 있었던 여성가족부 국감 현장도 씁쓸함을 안겨준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12ㆍ28 한일 협상 논란 속, 위안부 문제는 이번 국감의 핵심 사안이었음에도 관련 증인은 여당의 반대로 한 명도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정부의 해명만 주야장천 듣는 ‘찝찝한’ 자리였습니다. 이 와중에 김순례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포탈사이트 네이버의 번역기가 ‘SEX’를 ‘위안부’로 번역해 온라인 상에서 논란됐던 사건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안부 사안이 예민한 시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네이버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키자고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왜 네이버 대표는 증인이 될 수 있고, 피해자 할머니나 화해ㆍ치유재단 이사장 등은 증인이 될 수 없었던 것일까요. 정말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무엇부터 따졌어야 하는 것일까요.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돌리겠습니다. 여러 모로 쓴 웃음만 나오는 국감이었습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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