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집에 갇혀 학대를 당하다가 스스로 탈출한 ‘맨발 소녀’의 아버지가 딸에 대한 친권을 상실했다.
인천가정법원 가사1부(부장 강혁성)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아버지 A(33)씨에 대한 검찰의 친권상실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친부가 한 행위는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친부가 형사판결에 따라 피해 아동이 성년에 이를 때까지 복역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친권을 상실시킨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 아동인 A씨의 딸 B(12)양에 대한 친권자가 지정되거나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될 때까지 그 임무를 대행할 사람으로 인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을 선임했다. 민법은 법원이 친권 상실 결정을 할 때 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될 때까지 그 임무를 대행하는 사람을 직권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2006년 B양의 친모와 협의 이혼을 하면서 단독 친권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친권이 박탈되면서 친모를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친모와 별도로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법원은 B양의 친모 등이 친권자로 지정해달라고 청구를 하면 친권자 지정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A씨는 2012년 9월~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의 한 모텔과 인천 연수구 자신의 빌라 등에서 딸 B양을 감금한 채 때리고 굶기는 등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동거녀 C(37)씨와 같이 살던 C씨의 친구 D(36ㆍ여)씨도 B양을 구둣주걱 등으로 때리는 등 학대에 가담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0~12일 B양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쇠로 된 행거봉 등으로 때려 갈비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B양은 지난해 12월 12일 집 세탁실에 갇혀 있다 맨발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인근 슈퍼마켓 주인에게 발견됐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B양의 체구는 키 120.7㎝, 몸무게 16㎏으로, 같은 나이 정상 아동(키 146~152㎝, 몸무게 36~42㎏)에 많이 작았다.
A씨와 C씨는 지난 7월 1일 서울고법에서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에서 각각 받은 징역 10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D씨도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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