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ㆍ군입대ㆍ결혼일ㆍ자녀구성까지
경찰임용ㆍ혈액형ㆍ배우자 나이까지 같아
2009년 순천경찰서 전입 후 알게 돼
진급도 나란히...“서로 지지하며 살겠다”

닮아도 너무 닮은 삶을 살아온 두 경찰관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남 순천경찰서에 근무하는 박형수(46) 경위와 이영선(46) 경위는 경찰 입문 13년만인 2009년 이 경위가 순천경찰서로 발령받기 전까지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지냈다.
서로 다른 팀에서 근무하며 동갑내기이자 경찰 입문 동기라는 사실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1년 후 선거사범 합동수사를 하며 서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동안 서로 다른 곳에서 놀라울 만큼 닮은꼴 인생을 살아왔음을 알게 됐다.
경찰 입문 시기뿐 아니라 생년월일과 군 훈련소 입소 날짜까지 같았다. 1970년생인 이들은 1991년 1월 4일 함께 논산훈련소에 입소했고 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마치고 1996년 7월 27일 함께 임용됐다.
이들은 1999년 4월 5일 순천에서 각자 결혼식을 올린 뒤 같은 비행기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지만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들뿐 아니라 배우자의 나이와 혈액형, 자녀 구성도 똑같았다.
서로 다른 곳에서 닮은꼴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은 이날의 인연을 계기로 죽마고우가 됐다. 지난해 진급도 나란히 하고 올해로 경찰생활 20년을 맞은 두 사람은 서로의 결혼기념일과 생일이면 양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친분을 다지고 있다.
이 경위는 “동기가 전국에 800여명, 전남에는 80여명 있는데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며 “순천의 같은 동네 아파트 옆 단지에 산적도 있었는데 마주치지도 않고 이렇게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는 게 신기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박 경위가 몸이 아팠는데 농담처럼 ‘한날한시에 가는 거 아니냐. 네가 몸 관리 잘해야 나도 오래 살지’라며 걱정했다”며 “이제는 서로에게 분신 같은 존재로 경찰관으로서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서로를 지지해주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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