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계의 유재석’은 왜 아프리카TV를 탈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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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계의 유재석’은 왜 아프리카TV를 탈출했나

입력
2016.10.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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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BJ ‘대도서관’ 방송 장면. 최근 아프리카TV 방송을 중단하고 유튜브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화질 괜찮나요? 지연시간이 조금 있네요. 제가 (카메라 앞에)도착한 다음에도 아직 화면엔 도착을 안 했어요."

지난 17일 밤 9시, 유명한 인터넷방송 BJ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 카메라 앞에 등장했다. 매일 방송되는 그의 모습이야 익숙하지만 화면이 송출되는 웹사이트는 그동안 그가 꾸준히 방송을 내보낸 아프리카TV가 아니었다. 이날 방송은 유튜브를 통해 랜선을 탔다. 대도서관이 '탈 아프리카TV'를 선언하고 사흘, 유튜브 생방송 동시 접속자 수는 약 1만3,000여 명까지 치솟았다.

애초 아프리카TV에서 유명해진 대도서관이 왜 아프리카 방송 중단을 결심했을까. 아프리카TV와 대도서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도서관은 아프리카TV의 '갑질'을 문제 삼았고, 아프리카TV는 대도서관의 약관위반을 거론하고 있다. 이번 일은 대도서관과 아프리카TV 둘 사이의 문제에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대도서관의 유튜브 '망명' 이후 다른 인기 BJ들도 비슷한 이유를 들어 아프리카TV 방송 종료를 선언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 개인방송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아프리카TV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 보는 시선도 많다.

17일 저녁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BJ 대도서관의 게임 생방송

아프리카TV "대도서관의 약관위반"

아프리카TV는 대도서관이 약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대도서관은 지난 6일 BJ 윰댕(본명 이유미), 일본 모델 시노자키 아이와 함께 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에서 시노자키 아이가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특정 모바일게임을 홍보했는데, 아프리카TV는 이 부분을 문제로 판단하고 대도서관에 1주일 이용 정지 처분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해당 약관은 다음과 같다.

쉽게 말해 BJ가 광고를 내보내려면 아프리카TV와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아프리카TV가 약관에 명시한 영업활동에 해당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도서관과 윰댕은 6일 방송에서 모바일게임을 홍보하기 전에 아프리카TV와 협의하지 않았으므로 약관 위반 행위라는 주장이다. 아프리카TV는 BJ와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약관을 뒀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BJ와 시청자가 상업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면서 "이 조항은 그 피해를 제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조치"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이용해서는 안 되는 상품이 BJ의 생방송 광고로 등장하거나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광고가 방송될 경우 시청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부 BJ의 돌발행동으로 연일 부정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는 아프리카TV로선 꼭 필요한 조항일지도 모른다.

대도서관은 지난 14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광고를 할 때마다 아프리카TV 쪽에 '호스팅 비용'으로 800만~1,000만 원을 지급해 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광고로 이익을 얻는 대가로 아프리카TV에 이른바 호스팅 비용을 전했다는 주장이다.

혹시 아프리카TV가 대도서관에 일주일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호스팅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대도서관은 사후 지급 의사를 밝혔는데 왜 이런 조치를 내렸을까? 아프리카TV의 입장은 다르다.

"사후에 비용을 정산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명확한 약관 위반입니다. 우리는 돈이 아니라 사안의 본질에 주목한 거고요. (방송 전에) 상호 협의를 거치는 것이 약관이고, 만약 대도서관이 이번에 약관을 따랐다면 사후 정산 얘기는 나올 필요도 없었겠죠."

대도서관 "아프리카TV의 갑질"

반면 대도서관은 이용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대도서관과 윰댕은 지난 14일 아프리카TV와 약관위반을 논의하기 위해 판교를 방문했다. 격양된 어조로 면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정이 정지됐음을 확인했다는 것. 그는 시청자들에게 문제에 관해 설명할 최소한의 시간도 주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아프리카TV에서 말하는 약관이 애초에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는 BJ가 자유롭게 광고를 받고, 알아서 방송합니다. 유튜브가 개인방송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일이 없어요. 하지만 아프리카TV는 플랫폼이면서 BJ의 광고에 제재를 가한다거나 하는 건 웃긴 일이죠."

대도서관은 이어서 "아프리카TV는 '별풍선(캐시 아이템)'과 방송을 보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가져가지 않나"라며 "아이템도 따로 팔면서 광고 송출 비용을 BJ들로부터 추가로 받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도서관은 아프리카TV가 그동안 광고 송출료도 마음대로 정하고 집행해, 일관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MCN(Multi Channel Network) 파트너마다 다른 송출료가 책정됐고, 정해진 금액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번 일도 사후에 송출료를 지급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라 생각했던 것이다.

대도서관은 방송정지 처분이 아프리카TV의 '갑질'이라 주장한다. BJ들에게 방송정지는 직장에서 결근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약관과 방송정지가 심한 압박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안에서 계속 곪아온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BJ와 이익이 안 되는 BJ를 가르고, 이익이 안 되는 BJ들을 제재할 때 아프리카TV가 쓴 수단이 바로 약관이었거든요. 그게 갑질이고, 독과점의 폐해죠."

아프리카TV를 떠나 유튜브에서 새로운 생방송 둥지를 튼 대도서관은 아프리카TV를 견제할 경쟁 사업자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BJ 빅헤드의 아프리카TV 공지사항
BJ 똘킹의 페이스북

MCN 판 힘의 균형 흔들… 아프리카TV 운명은

대도서관은 '개인방송의 유재석'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인지도를 갖진 BJ다. 대도서관의 이탈로 아프리카TV의 피해가 클 것이라 내다보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대도서관의 발언 후 이틀 사이에 아프리카TV의 주가가 10%가량이나 떨어졌을 정도다. 게다가 또다른 인기 BJ인 똘킹, 빅헤드 등도 아프리카TV 방송 비중을 줄이거나 떠날 것임을 밝혔다. 아프리카TV 처지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들도 BJ에 대한 아프리카TV의 지나친 참견과 일관되지 않은 운영방식이 불만족스럽다며 입을 모은다.

아프리카TV는 BJ들을 관리할 의무를 갖는 미디어인가. 아니면 BJ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야 하는 플랫폼인가. 대도서관의 이탈과 다른 BJ들의 불만은 아프리카TV가 미디어와 플랫폼 사이에서 역할을 혼동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 아닐까.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해외 MCN 시장에서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광고주가 BJ들의 인기를 활용하고, 이를 통해 생산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J들과 마케터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모델이 활발하고, 심지어 지난주에는 유튜브가 페임비트(FameBit)라는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는 것.

페임비트는 유튜브 BJ와 광고주를 연결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유튜브의 BJ들은 광고 집행을 원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광고주들도 콘텐츠를 생산해줄 BJ와 가까워질 수 있다. 유튜브가 페임비트를 인수한 것은 명망 있는 BJ들이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플랫폼으로 떠나지 않도록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사용자들은 플랫폼이 좋아 플랫폼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에 좋아하는 BJ가 있기 때문에 찾는다. 유튜브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관계자는 "BJ들의 광고로 수익을 얻을 것이 아니라 BJ들이 플랫폼에 상주하도록 환경을 가꾸어야 한다"라며 "최근 아프리카TV의 결정엔 아쉬움이 많다"라고 밝혔다.

오원석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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