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소설 연재를 하던 때니 벌써 오래 전 일이다. 나는 매일 오전 열한 시면 가로수길 한 카페의 문을 두들겼다. 오픈 시간도 아니었지만 몇 번 두들기면 잠에서 덜 깬 주인오빠가 문을 열어주었다. 창가 쪽 작은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노트와 펜을 늘어놓는 동안 주인오빠는 돈가스를 튀겨주거나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내 첫 식사였다. 후다닥 먹어치우고 커피 한 잔을 옆에 둔 뒤 원고를 썼다. 주인오빠는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하거나 카페 한 켠에 마련한 작업실에 들어가 일을 했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첫 손님이 들기 전에는 음악을 틀지 않았다. “나 음악 틀어놓으면 일 못하는데.” 오픈도 안 한 카페 문을 두들겨 열고 들어온 주제에 나는 별 걸 다 요구했다.
서너 시쯤 되면 주인언니가 들어섰다. 그러면 나는 두 번째 커피를 주문했다. 창 밖으로 햇살밥이 호드득 떨어지기라도 하면 졸음은 또 어찌나 몰려오던지. “언니, 나 졸려요.” 그러면 주인언니가 커피 한 잔을 들고 곁에 와 종알종알 떠들어주었다. 같이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주인언니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다섯 시나 여섯 시가 되면 하루치 원고를 끝낼 수 있었다. 마침맞게 아는 얼굴들이 들어섰고 그러면 한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커피를 한 잔 더 하거나 혹은 보드카를 마셨다. 그렇게 하루 15매씩, 모두 1,000매를 썼더랬다. 그런 날이 있었다. 이제 카페는 문을 닫았다. 주인오빠는 노래만 만들고 주인언니는 영화만 만든다. 오늘 같은 날, 햇살도 좋은데 노트북 옆에 끼고 갈 곳이 없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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