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효진/사진=한국배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고 할 만큼 프로의 세계에서 실력은 곧 돈이다. 그런 측면에서 2013~2014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4년 연속 V리그 여자부 최고 연봉자로 우뚝 선 양효진(27ㆍ현대건설)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실력자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여자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3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아이가 국보급 센터로 우뚝 서기까지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190cm의 양효진은 해외에서 뛰는 김연경(28ㆍ페네르바체)과 함께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쌍두마차이자 국보급 센터다.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통해서는 국내 최고를 넘어 국제용 센터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은 본인에게도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지난 V리그 미디어 데이에서 만난 양효진은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돌아보면 많이 아쉽다"며 "포부도 되게 컸었다.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세계무대는 만만히 봐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김연경) 언니 말대로 우리 시스템도 많이 바뀌어야 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뒤 어느덧 10년차가 된 그는 4년 연속 최고 연봉자가 주는 부담도 거의 사라졌다. 양효진은 "4년 전 첫 FA 때는 부담이 많았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면서 "그런 거 연연한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다. 제가 돈 관리를 안 해서 그런지 금액이 큰 건지도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한국 여자 배구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많은 후배들이 외국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김연경의 바람처럼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가장 먼저 시기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효진은 "일단 우리나라는 계약을 일찍 한다. 5월 정도에 FA 계약을 체결하는데 외국에서는 그 시기에 센터를 잘 안 뽑는다"고 했다. 이어 "센터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외국인을 잘 선호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자국 내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라면서도 "어릴 때는 엄청 나가고 싶었고 4년 전 기회가 있었는데 나가지 못했다. 이제는 굳이 나가려고 하기보다는 여기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내가 가고 싶다고 떼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문득 양효진이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양효진은 "키가 커서 했다"면서 "그런데 키만 컸지 운동에 소질은 없었다. 너무 약하고 힘도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운동은 절대 안 된다고 소질 자체가 없다고 말렸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이 운동시키면 실업 팀(프로가 없던 시절)은 100% 무조건 된다고 설득하셨다. 기본 체력은 없는데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은 잘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양효진은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쯤 시작해서 6학년 때 그만 두려고 했지만 배구는 운명처럼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6학년 때 그만 두려고 마음먹고 과외 다니면서 공부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되게 하고 싶었고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다시 선생님들이 찾아왔을 때 어머니와 내가 독대했다. 초등학교 때 너무 힘들게 해서 울면서 못하겠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원서를 중학교에다 쓰고 온 것이다. 그때 당시 스파르타였던 훈련을 다시 해야 된단 사실에 엉엉 울었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을 딛고 양효진은 190cm의 국보급 센터로 성장했다. 장신의 양효진은 이제 배구 꿈나무들의 롤모델로 거듭났다. 제2의 양효진을 꿈꾸는 유망주들에게 키 크는 비결을 조언해달라고 묻자 "가족이 전부 일반적인 평균 키인데도 나만 어릴 적부터 컸던 것 같다. 타고난 DNA(유전자)가 이만큼 클 거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 딱 예상했던 것만큼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주 어릴 적에는 우유를 많이 먹지 않았지만 자라면서 마시기 시작했다"면서 "그리고 우유로 만든 치즈를 참 즐겨 먹었던 기억이 있다. 키가 많이 커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이렇게 장점이 되는 직업을 가지게 돼서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우유는 성장기 청소년에게 부족한 칼슘 공급을 도와준다. 고단백과 풍부한 칼슘이 담긴 우유는 특히 근육의 회복이 중요한 선수들에게도 효과적이다. 운동으로 손상된 근육이 재생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 우유에는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또 땀으로 손실된 수분을 보충해줘 체내의 균형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한다.
끝으로 양효진은 "KOVO(한국배구연맹)컵이 끝나고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좋은 성적 못내 시즌 때 여파가 있을까 봐 플레이를 완전히 바꿨다"며 "팀워크 등이 작년보다 좋아진 것 같다. 팀 분위기란 잘 되면 좋은 거다. 따라서 성적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새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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