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케미칼 원료저장 사일로 ‘쾅쾅’
해체작업하던 근로자 등 5명 사상
산소절단기 불꽃에 유증기 폭발한 듯
오랫동안 가동이 중단된 화학섬유공장에서 철거 중인 원료탱크가 폭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22분쯤 경북 칠곡군 석적읍 중리 구미국가산업단지 3단지 내 스타케미칼에서 원사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저장했던 사일로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48m높이의 사일로 위에서 작업 중이던 박모(48)씨가 폭발한 구조물과 함께 300여m를 날아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돼 치료 중 오전 10시21분쯤 숨졌다. 또 최모(52)씨 등 4명은 경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쿵쾅하는 폭발음이 3, 4차례 난 뒤 거대한 불길이 공장 담장 바깥 도로까지 몰아쳤고, 이어 사일로 뚜껑과 상부 구조물이 300여m 거리의 도로와 광암천, 또 100여m 거리의 다른 건물 옥상에 추락했다. 숨진 박씨는 날아간 사일로 뚜껑과 함께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 사고로 높이 48m, 직경 12m크기의 원료 사일로 3개가 파괴됐다. 인근 지역 공장과 주택 6,000여 가구도 40여 분간 정전 피해가 났다. 주변 도로가 통제돼 극심한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인접 공장과 상가 건물 19동의 유리창이 박살 났고, 차량 10대도 파편에 손상됐다.
소방당국은 2013년 1월 이후 사용하지 않던 사일로 안에 남은 고순도텔레프탈산(TPA) 분진과 인화성 가스가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합성섬유 원료인 TPA는 일반적으로 싸라기 같은 작은 칩 형태로, 상온에서는 불이 붙지 않다가 열을 가하면 녹는다. 또 오랫동안 밀폐된 저장고에 두면 인화성 강한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번 사고가 난 사일로는 4년 가까이 가동하지 않았고 지난 여름 폭염으로 가스가 가득 차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숨지거나 부상한 근로자들은 철거전문업체 직원들로, 사일로 내부에 폭발성 가스가 차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이들 업체 직원들은 단순 철거만 할 뿐 화학제품 등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또 폐업한 공장인 탓에 별도의 안전관리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타케미칼은 세계적인 원사 과잉공급으로 부도가 난 한국합섬2공장을 2010년 스타플렉스가 인수해 운영하다가 유럽발금융위기에 따른 경영난으로 2013년 1월 폐업했다. 당시 200여 명의 근로자들이 희망퇴직했고, 29명은 해고됐다. 해고자 중 11명이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꾸려 2014년 5월부터 굴뚝에 올라가 농성에 돌입,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스타플렉스는 11명의 해고자들을 새로 설립한 법인에 고용키로 합의하면서 종료됐다.
구미ㆍ칠곡=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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