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신고 받고도 확인 소홀
올 들어 서울서 벌써 세차례나
출근길 서울 지하철 이용객이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 들어 서울에서 발생한 세 번째 스크린도어 관련 사망 사고다. 특히 이번 사고는 정규직 직영체제로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이하 도철) 소관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스크린도어 안전시스템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강서경찰서와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8분쯤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방화 방면으로 운행하는 열차에서 내리던 승객 김모(36)씨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 공간에 갇혔다가 출발하는 열차에 끼여 숨졌다. 김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한 항공사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4-1 승강장에서 3-4 승강장 비상문으로 7.2m나 밀려났다.
숨진 김씨는 서울대 공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1년 국내 유명항공사에 입사했다. 300명에 달하는 입사 동기를 이끄는 반장 4명에 선발될 정도로 통솔력이 뛰어났으며, 3,4개월전 정기 인사때 서울 본사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날 사고는 서울 자택에서 5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김씨의 동료는 “아직 미혼으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며 “애사심이 강하고 능력이 뛰어난 친구였는데 사고를 당해 허탈한 심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씨 동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는 김씨를 추모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나열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이날 김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고양시의 한 병원을 찾아 허리를 숙여 유족에게 사죄했다.
이날 사고는 2월초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승객 설모(81)씨가 스크린도어 벽과 열차 사이에 끼여 숨진 사고와 5월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김모(19)군 사망 사고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다.
문제는 2005년 12월 도철에서 처음 스크린도어가 시공된 김포공항역이 스크린도어 관련 장애가 잦은 역으로 악명이 높았다는 점이다. 도철에 따르면 지난해 김포공항역의 스크린도어 고장은 262건으로 5∼8호선 역당 평균 25건(전체 3,942건)에 비해 10배 많았다. 최근 서울시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서도 김포공항역은 유일한 스크린도어 전면교체 대상 역으로 분류돼 있다. 시는 6월 20일~7월 22일까지 지하철 1~9호선 307개역 스크린도어 전수점검을 거쳐 정비가 필요한 101개역을 골라내고 부품정비 대상 52개역, 센서교체 23개역, 제어시스템 및 구조물 정비대상 25개역 등으로 분류했다. 김포공항역은 유일한 스크린도어 전면교체 대상 역으로 분류됐다.
도철 노사 간에도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김포공항역은 사고 전날인 18일에도 사고 발생 반대 방면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고장이 발생해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도철이 스크린도어 도입 당시부터 정비 인력 충원 없이 직영 관리 체제로 운영해 신호설비 업무와 스크린도어 관리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업무 과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지난 8월 구의역 사망 재해 시민 대책위원회 진상 조사단도 조사 결과 보고회에서 서울메트로의 안전 업무 직영 전환 이후 문제점을 지적하며 “도시철도공사 역시 인력 충원 없이 신호 업무에 승강장 안전문 업무가 추가됐기 때문으로 노동자들의 피로도가 극심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도철의 1인 승무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사고 당시 기관사는 출입문에 승객이 끼였다는 인터폰 신고를 듣고 열차 출입문을 다시 연 뒤 27초 후 문을 닫고 출발했지만 여전히 승객이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도철 관계자는 “1인 승무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관사 한 사람이 앞에만 본다”며 “기관사가 내려서 현장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기관사 윤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도철은 이번 사고가 스크린도어보다 열차 출입문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고 조사 중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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