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라면…” 전제서 못 벗어나
文 입장 표명만 기다리는 모양새
“사실관계 확인 단계로” 신중론도
‘송민순 회고록’을 계기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경위를 둘러싼 진실공방에 나선 새누리당이 실체적 진실에의 접근보다 색깔 공세에만 적극적이지 않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때 일이어서 관련 증언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데다 당시 상황을 알려줄 문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은 당내에 설치했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 요청사건 태스크포스(TF)’를 규명위원회(위원장 정갑윤)로 격상해 18일 첫 회의를 열었지만 진실을 규명할 방법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입장 표명밖에 없다는 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선 “청와대 국가안보회의 같은 기록물을 (정보위) 국감에서 밝히겠다”(이완영), “문 전 대표는 고해성사하라”(하태경)는 주장 외에 뾰족한 방법론이 개진되지 않았다. 규명위에 각 상임위 간사단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당시 차관보였던 심윤조 전 의원 등 인적자원을 대거 투입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다.
이어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도 사정은 비슷했다. 문 전 대표를 향해 “말 돌리지 말고 정확히 말해달라” “사실이 아니라면 (송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라”는 요구뿐이었다.
현재 규명위가 동원할 수 있는 방법론은 ▦상임위별로 당시 관련 자료 수합 ▦대통령 기록물 열람 ▦당 차원의 제보 수합 등이 전부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시 회의록의 존재 여부가 불명확한 데다 설령 회의록이 있다고 해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경우 15년 범위 내에서 공개하지 않을 수 있어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제한적인 열람, 사본 제작, 자료 제출 등이 가능하지만 현재 새누리당 의석(129석)으로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지나친 공세로 가면 본질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냉정하게 팩트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의원도 “‘회고록이 사실이라면’을 전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파악해 당시 국익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단계로 가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시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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