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학교나 집에서 준비해도 충분”
“말 더듬거나 어눌해도 괜찮아”
“질문에 정확한 답 해야 높은 점수”
경기 의왕시에 사는 박모(50)씨의 고3 딸(18)은 지난달부터 서울 삼성동의 한 대학입시학원에서 면접대비 강의를 듣고 있다. 수도권 및 지방대학 6곳에 수시 원서를 넣은 딸이 혼자 면접 준비하는 걸 너무 막막해했기 때문이다. 5, 6명이 함께 듣는 12시간짜리 그룹수업이 78만원, 대학별 맞춤 특강이 40만원으로 지금까지 면접 준비에 쓴 돈만 118만원이다. 박씨는 “딸과 같은 학원에 다니는 서울 강남 거주 학생들은 면접 학원 2, 3개를 동시에 다닌다고 하더라”라며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되고 효과도 의심스럽긴 하지만 딸이 학원을 다니면서 덜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계속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달 중순부터 2017학년도 대학입시 수시 면접이 본격화하면서 면접대비를 해준다는 입시학원들이 성행하고 있다. 업체들은 대부분 면접이 합격을 좌우하는 것처럼 몰고 간다. 예컨대 ‘서류 발표부터 면접까지 기껏해야 5일, 모두가 똑같은 상황 속 결국 두 가지(교수님이 원하는 답변, 상황대처 능력)가 당락을 결정한다. 3년간 준비해온 수시 합격이 결정되는 마지막 30분, 지금이 수시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서울 서초동 한 학원 홈페이지), ‘비슷한 내신과 스펙의 지원자 또는 조금 부족한 내신등급, 면접으로 당락 결정!! 전ㆍ현직 아나운서와 대학교수들이 직접 컨설팅’(서울 삼성동 한 학원 홈페이지)이란 식이다.
입시전문학원과 스피치학원들이 뛰어들고 있는 면접 강의는 수험생의 태도와 표현 정정,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한 예상 질문 제시, 기출문제 등을 토대로 한 모의면접 훈련 등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고교와 지역교육청들은 이미 모의면접 등을 실시하고 있고, 기출문제는 해당 대학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학원 강의가 특별히 차별화한 것도 아니데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학원은 90분간 1대 1 강의가 45만원으로, 1시간에 30만원이나 한다. 강남구의 학원들은 1대 1 강의는 20만원, 3~6명이 듣는 그룹강의는 시간당 5만~10만원 꼴이다. 개별강의와 그룹강의 모두 기본 4시간 이상은 들어야 한다는 곳이 많아 50만~100만원은 든다. 한 스피치학원에 상담전화를 걸자 “또렷한 발성을 원한다면 면접 강의를 5회 정도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이 비용만 80만원이다.
이런 막바지 고액 사교육이 과연 도움은 될까. 전문가들은 학원들이 강조하는 면접 태도나 말솜씨 등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학원 모의면접 훈련 등이 실제 면접에서 긴장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이 역시 학교나 가정에서 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7년 경력의 서울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말은 잘 하지만 핵심이 없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며 “이런 학생보다는 말을 잘 못해도 면접관의 질문에 정확히 답하는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인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는 “면접은 학생이 실제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므로 말을 더듬더듬하거나 조금 어눌해도 괜찮다”며 “기출문제로 학교나 집에서 친구, 가족들과 모의면접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일반면접뿐 아니라 교과지식 및 전공 적합성을 심도 있게 묻는 심층면접 역시 학원에서 도움 받을만한 부분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심층면접을 실시하는 고려대의 김재욱 입학처장은 “심층면접도 12년간 정규 교육과정을 충실히 받아왔다면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라며 “예컨대 TV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냉장고 속 재료로만 요리를 만들 듯, 주어진 정보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는 이런 맛을 내겠다’고 논리적으로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면접에 대한 정보 부족과 불안감으로 사교육이 팽창한다고 보고, 올해 처음으로 면접대비 동영상 2개를 제작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오히려 학원 강의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학원에서 알려준 정답만 외워온 학생들은 면접관이 질문한 내용과 조금 다른데도 자신이 준비한 대답만 해 고민이 깊지 않다는 걸 드러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3년간 충실히 입시를 준비했다면 고액의 사교육까지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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