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혐의 학생들 고발 취소 등
사면초가 이대, 회유 나섰지만
“이사회가 응답해야” 반발 여전
교육부, 비판 의식 개입 움직임
최경희 이화여대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특혜 논란 관련 교직원 설명회를 열자 회의실 밖에서 이대 학생들이 '비리총장 퇴진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평생교육단과대(평단) 논란에서 불거진 이화여대 학내 갈등이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특혜의혹’으로 불똥이 튀면서 최경희 총장을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대학 측은 학교 구성원들을 상대로 해명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최 총장 측근들이 최씨 딸 정유라(20)씨에게 특혜를 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화여대 의류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 140명은 18일 학교 생활환경관 안에 붙인‘근 몇 년 간 이상했던 의류학과의 내막’이란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정씨에게 제공된 특혜 내역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이 학과 이인성 교수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교수는 최 총장의 최측근으로 정씨가 지난 8월 중국 구이저우(貴州)에서 열린 패션쇼에 불참한 것은 물론,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준 특혜의혹의 중심인물이다. 총장선거 때부터 최 총장을 도왔고 평단이 예정대로 출범했을 경우 초대 학장에 내정될 것이란 얘기가 떠돌았다.

학생들은 ▦연관성 없는 의류학과와 체육과학부가 올해 신산업융합대학 소속으로 묶인 점 ▦시험으로 치러지던 졸업요건이 학기 시작 전 패션쇼로 변경된 점 등을 지적하며 “권력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제공한 이인성 교수는 총장과 함께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정씨가 최씨 딸인지 몰랐다’는 학교 측 해명과 달리 항공기 티켓 비용 지불 등 패션쇼 준비 과정에서 ‘정씨는 교수님이 따로 공지한다’고 언급한 단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새롭게 공개되자 공분은 더욱 거세졌다.

이화여대 구성원들의 분노는 정씨와 연관된 학과에 국한돼 있지 않다. 전날 학내에서 개최된 피켓시위에는 1,500여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몰려 한 목소리로 최 총장을 규탄했다.

특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가 지난해 이화여대에 1억원을 기부하는 등 부도덕한 돈 거래 사실까지 등장하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학내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사태가 학내 분규 차원이 아닌 정치적 사안으로 파장이 커져 관망하던 교수들도 최 총장의 결자해지를 바라고 있다”며 “결국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교육부도 이화여대 사태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측에 요구해 받은 자료와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을 검토한 뒤 감사 착수 여부와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주명현 교육부 대변인은 “현재 대입제도과와 대학학사제도과에서 정씨의 입학ㆍ학사 관리에 규정 위반이 없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감사를 통해 대학 측 부정이나 비리 행태가 드러날 경우 이화여대가 올해 수주한 대학재정지원 사업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경희 이화여대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최순실씨 딸 최유라씨 특혜 논란 관련 교직원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사면초가에 빠진 학교 측은 감금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학생들에 대한 고발을 취소하는 등 회유에 나섰지만 분노한 학내 여론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는 이날 “학생들과 교수협의회 공동회장단을 고발했던 권성희 변호사가 지난 11일 고발을 취소했고 학교도 1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요청하는 탄원서를 다시 제출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김혜숙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은 “‘의혹 백화점’으로 전락한 이화여대를 구하기 위해서는 총장 사퇴 외에 답이 없다”며 “실권을 쥔 이화학당 이사회가 이제는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각종 의혹의 해결 실마리가 나올 때까지 총장 사퇴 요구 등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관계자는 “아직 어느 의혹이 사실인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섣불리 나서면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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