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배고픈 시절을 겪어 어려서부터 부패 관리를 끔찍하게 싫어했는데, 결국에는 내가 탐관이 되고 말았다. 헤아릴 수 없는 비애를 느낀다.”
지난해 7월 뇌물수수와 매관매직 혐의로 구속된 저우번순(周本順) 전 허베이(河北)성 서기가 17일(현지시간) TV에서 회환에 찬 표정을 공개 참회했다. 중국 중앙(CC)TV와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공동 제작한 ‘영원히 계속된다’(永遠在路上)라는 제목의 반 부패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서다.
제작진은 17일 방영된 1부 시진핑 정권의 반부패 사정으로 옷을 벗은 ‘부패 호랑이(고위관료)’ 사건의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부정부패 사건을 분석했다. 시진핑 정권에서 처음 조사를 받은 현역 성 서기인 저우번순은 애완동물을 책임지는 보모와 입맛에 맞춰 고향에서 데려온 주방장을 둔 사실을 폭로했다. 이들 보모와 주방장이 2년 간 받은 급여는 1백여만 위안(약 1억7,000만원)에 달한다.
다큐는 또 역대 최대 비리사범으로 꼽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해 6월 재판장에서 “제가 저지른 범죄 사실이 당의 사업에 손실을 줬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죄를 인정하고 후회합니다”고 진술하는 장면을 내 보냈다. 아울러 2억4,676만위안(약 410억원)을 챙긴 혐의로 사형 유예 선고를 받은 바이언페이(白恩培) 전 윈난(雲南) 성 서기도 언급했다.
중앙기율검사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당의 기강과 풍조를 엄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오는 24일 열리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핵심 의제가 될 반부패 개혁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고 시진핑 2기 집권체제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범죄 피의자를 TV에 출연시켜 ‘공개 참회’토록 하는 방식이 문화대혁명 시절 인민재판과 자아비판 관행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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