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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신중년사관학교, 정치인 등쌀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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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신중년사관학교, 정치인 등쌀에 몸살

입력
2016.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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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인기 노인교육 프로그램 4년제 8학기… 연간 24일 수업

시의원들 “2년제로 줄여라” 간섭 2017학년도 신입생모집도 못해

재학생들은 4년제 선호… 정치인들 특강 요구 등으로 학사혼란 극심

경북 포항시의 4년제 노인대학 프로그램인 신중년사관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강의를 듣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의 4년제 노인대학 프로그램인 신중년사관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강의를 듣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의 대표적 노인교육 프로그램인 ‘신중년사관학교’가 지역 정치인들의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다. 4년제 과정을 2년제로 바꾸라는 일부 시의원들의 요구에 신입생 모집도 못하고, 특강을 하게 해 달라는 정치인들의 압력에 학사일정이 꼬이기 일쑤다.

신중년사관학교는 2014년 2월 말 개강한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포항지역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다. 국문, 컴퓨터,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커리큘럼과 지정교복차림 등교, 4년간 출석률 80% 미만 퇴학 등 엄격한 학사관리로 입학경쟁률이 3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10월 현재 3학년까지 350명이 재학 중이다.

해마다 10월쯤 다음 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나서지만 올해는 딴판이다. 이미 홍보물 제작을 마치고 배부를 시작했어야 할 때이지만 내용도 확정하지 못했다. 일부 포항시의원들이 ‘4년제 8학기 과정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2년제 4학기로 학제를 바꾸라는 압력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학제 개편 요구는 1년 전부터 있었지만 재학생들의 반대로 4년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4년제 요구하는 재학생과 2년제 축소를 압박하는 시의원들 사이에서 포항시 평생학습원과 학교측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신중년사관학교의 김관식 총학생회장은 “말만 4년제이지 연중 절반은 방학이고 연간 수업일수도 24일에 불과해 대부분이 아쉬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업일수를 늘려도 부족할 판에 정치인들이 무슨 권한으로 바꾸라 마라 하느냐”고 반발했다. 그는 “학생들이 포항시의회 앞에서 항의시위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들은 지난 12일 오후 포항시장실을 직접 찾아가 이강덕 시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 포항시의원이 학생들의 인사 구호까지 문제를 삼고 나와 빈축을 샀다. ‘감사’라는 인사 구호를 ‘백세(100세)’나 ‘건강’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한 재학생은 “감사라는 인사 구호가 전임 박승호 시장의 감사운동 캠페인을 떠올리게 한다고 시비를 건 것 같다”며 “그렇다면 이젠 이강덕 시장의 슬로건인 ‘창조도시 포항’을 따 인사할 때 ‘창조’라고 해야 하냐”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다.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이 수강 일정에 자신들이 특강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바람에 예정된 강의 내용을 갑자기 바꿔야 하는 등 학사일정이 파행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신중년사관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밥값과 교복, 활동비는 자부담이고 포항시 예산 지원은 연간 3,000여만 원의 강사비가 전부인데 시의원들이 학제까지 바꾸라고 하는 건 지나친 것 같다”며 “타 도시는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도 신중년사관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좋다고 벤치마킹 하러 오는데 정작 우리는 간섭이 너무 심해 폐교를 고민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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