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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두테르테 比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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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두테르테 比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주목한다

입력
2016.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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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어제부터 나흘간 중국 공식방문에 나섰다. 400명의 기업인이 수행한 데서 보듯, 이번 방중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경제협력이다. 필리핀의 첫 고속철도 사업 등 사회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참여 방안이 우선 논의될 예정이다. 남중국해의 전략 현안인 영토분쟁 문제도 쟁점이다. 양국은 2012년 중국이 남중국해의 스카보러(중국명 황옌다오) 암초를 무단 점유한 이후 첨예한 영유권 분쟁을 벌여 왔다. 지난 7월에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한 상설중재재판소(PCA) 제소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불용하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판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양상이 두드러진 동남아 전략구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동남아에서 미국의 유일한 군사동맹국이자 전통적 친미 국가인 필리핀이 중국과 손잡으면 미국의 대 중국 봉쇄정책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스카보러 영유권 문제는 중국의 해양패권을 저지하려는 미국에도 매우 중요한 전략적 현안이다.

이번 방중이 미국의 우려를 더하는 것은 두테르테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가 열린 라오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마약범 척결 방식을 인권침해라고 비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욕설을 내뱉어 양국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됐다. 최근에는 미군과의 연례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발표하고, 필리핀 내 5개 군사기지를 미군에 제공키로 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에는 미국이 자신의 ‘마약과의 전쟁’을 계속 비판한다면 “미국과 결별할 수 있다”고도 했다.

중국이 당초 이틀 일정으로 검토된 그의 방중을 나흘로 연장하고 수행기업인을 200명에서 400명으로 늘리는 등 극진한 대접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례적으로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국빈 방문하는 그는 시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중국 수뇌부들과 연쇄 회담할 예정이다.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은 역내 당사국 간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을 확산시킬 방침이다.

중국과 필리핀의 밀착이 영유권 분쟁 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할지, 경제적 이익에 치중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단견만 드러내 역내 혼란을 부추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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