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까지 뇌물… 전방위 포섭”
로비 과시했다는 법정 증언 나와
‘정운호 게이트’를 촉발시킨 브로커 이동찬(44ㆍ구속)씨가 로비 대상의 지인까지 폭넓게 전방위 로비를 벌여온 수법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열린 이씨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백모(44)씨는 “이동찬이 ‘나는 멀티플레이어다’라고 했다”며 자신만의 로비 방식을 과시했다고 증언했다. 백씨는 이씨와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를 연결해 준 인물로, 과거 이씨와 금괴 밀수와 수감생활을 같이 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백씨는 “이동찬이 ‘나는 로비를 할 때 그 사람에게만 하면 안 먹힐 수 있어서 친인척이라든지 끈끈한 사람한테 뇌물이나 선물을 주고 그들을 압박해 당사자가 거부하지 못하고 잘 받을 수 있게끔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상대의 가족을 통해 마음을 사로잡는 수법도 썼다. 백씨는 “제 카드로 노트북을 사서 그걸 이동찬이 아는 변호사 아들에게 선물로 줬다. 아들이 아버지한테 ‘아빠, 동찬 삼촌이 사줬어’하고 얘기할 테고, 간접적으로 고마움을 느끼도록 하는 거다”라고 옆에서 지켜본 이씨의 로비방식을 생생하게 말했다.
전날 같은 재판부의 심리로 열린 최유정(46ㆍ구속) 변호사에 대한 공판 기일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나왔다. 17일 증인으로 출석한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는 “이동찬이 정유정 부장판사(최유정 변호사를 처음 소개할 때 사용한 이름과 직함)에게 로비해야 한다며 1,450만원 상당의 에르메스 가방에 1억원과 명품시계를 넣어 줬다”는 취지로 말했다. 송 전 대표는 “당시에는 정유정이라는 이름의 부장판사라고 소개했지만 나중에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고 이씨에게 화를 냈더니 ‘(최 변호사가) 판사 출입증을 반납하지 않고 다 가지고 있고 내년에 복직할 거라서 변호사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만일 현직 부장판사가 아니라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에르메스 가방에 1억원을 넣어주고 명품시계를 넣어줄 이유가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변호사에게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