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과세 자료 원스톱 조회ㆍ분석
“대기업ㆍ자산가 현미경 검증”
국내 모 그룹 사주 A씨는 몇 해 전 친인척과 임직원 55명 명의로 갖고 있던 계열사 차명주식을 이용해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차명주식을 자녀가 취득하는 것처럼 하면서 고액의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다. A씨는 결국 증여세에 가산세를 더해 총 1,300억원을 납부했다.
A씨와 같은 자산가들의 차명주식을 이용한 세금 탈루가 앞으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세무당국이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이처럼 부를 대물림하는 행위를 철저히 적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18일 국세행정시스템 엔티스(NTIS)의 정보분석 기능을 기반으로 명의신탁(차명) 주식을 이용한 다양한 유형의 세금 탈루 행위를 찾아내 검증하는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 올해 안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를 통해 그간 개별적으로 관리ㆍ분석해야 했던 ▦장기간 주식 보유 및 취득ㆍ양도 변동 내역 ▦각종 과세자료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외부기관 자료의 원스톱 조회ㆍ분석 등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명의신탁 혐의가 높은 대기업과 자산가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용이해졌다”(양병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는 것이다.
국세청은 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차명주식을 통해 세금을 탈루한 1,702명을 적발, 총 1조1,231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실제 모 그룹 B 회장은 수십 년간 임직원 45명 명의로 갖고 있던 계열사 상장주식을 98개 차명계좌를 통해 높은 가격에 처분하고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 110억원을 추징 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최근에는 지인과 친인척 명의 24개 계좌를 동원해 코스닥 상장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주가 조작을 통해 거액의 양도차익을 남긴 C씨가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편 국세청은 조세 회피 의도 없이 부득이하게 주식을 명의신탁해 온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없더라도 일정 한도 내에서 실명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줄 계획이다. 실제 2001년 이전 법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기인이 3인 이상(현재는 1명) 필요했기 때문에 주변의 명의를 빌린 법인 대표들이 많았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명의신탁 문제로 가업 승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고민을 덜어줄 각종 지원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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