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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넥센, 깊었던 갈등, 이별은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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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넥센, 깊었던 갈등, 이별은 피할 수 없었다

입력
2016.10.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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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경엽(왼쪽) 감독/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영웅 군단'을 이끌었던 염경엽(48) 넥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스타 감독'의 자진 사퇴에 구단과 팬들도 당황해 하고 있다. 확실한 건, 갑작스러운 이별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갈등이 터져 나온 결과라는 점이다.

염 감독은 지난 17일 LG에 패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직후 잠실구장 인터뷰실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패인을 분석하던 염경엽 감독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며 "오늘은 할 말이 조금 많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휴대전화에는 미리 준비해온 자진사퇴의 이유가 담겨 있었다. 염 감독은 "넥센 감독으로서 4년간 최선을 다해 우승하고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해 구단과 팬들에게 우승을 못 이뤄 드린 것 같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부로 감독직을 내려놓고 책임을 져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깜짝 발표였다. 염경엽 감독은 사령탑에 처음 오른 2013시즌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처음 감독에 선임됐을 때만 해도 선수 시절 통산 타율 0.195의 백업 선수 출신의 초보 감독이라는 점에서 불신의 시선이 있었지만, 염 감독은 자율야구 등을 내세우며 선수단을 이끌어 성적을 냈다.

넥센 구단도 염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자 계약 기간 중 재계약을 했다. 2013년 계약기간 3년으로 선임됐지만, 2014시즌 뒤 잔여 1년을 말소하고, 2015시즌부터 3년간 총액 14억원에 2017시즌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염경엽 감독이 밝힌 표면적인 사퇴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염 감독은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매번 책임지겠다고 말로만 하고, 진짜 책임지는 모습은 못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더욱이 올해는 주요 선수가 다 빠져나가면서 꼴찌 후보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염 감독은 "(구단과) 야구관의 차이가 있기도 했지만, 떠나는 사람이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야구계에서는 염경엽 감독과 넥센 구단의 갈등이 드디어 터졌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넥센 구단은 18일 '지난 8월1일 염경엽 감독이 시즌 종료 후 구단을 떠나겠다고 통보했고, 당시 구단에서는 만류와 동시에 더 좋은 환경을 위해 떠나겠다면 동의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령탑과 구단의 감정이 이미 오랜 시간 어긋나 있었다는 뜻이다.

야구계에선 이미 지난 9월부터 염경엽 감독이 SK와 계약해 떠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계약 기간이 남은 수장의 이적설에 구단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소문을 들은 넥센 선수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이에 대해 부인했지만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팀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넥센은 이날 '소속팀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며 '야구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던 염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식 입장 표명은 물론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SK 구단은 "차기 감독을 외국인으로 염두에 두고 알아보고 있다"며 "염경엽 감독은 후보 리스트에 없다"고 밝혔다.

결국 염경엽 감독과 넥센의 동행은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함께한 시간 동안 평범했던 히어로들이 진짜 영웅으로 거듭나며 '강팀' 대열에 들어섰지만, 이를 이끌었던 수장과 구단의 이별은 씁쓸함을 남겼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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