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확률에 도전한다.”(황선홍 FC서울 감독)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서울이 상암벌에서 ‘리아소르의 기적’을 꿈꾼다. 서울은 19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치른다. 승부의 추는 크게 기울어있다. 지난 달 28일 전주에서 열린 1차전에서 전북이 4-1로 크게 이겼기 때문이다. 서울은 2차전에서 3-0으로 이기거나 4골 차로 승리해야만 한다. 현재 전북의 전력을 감안하면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북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서울과 3번(1-0 3-2 3-1) 만나 모두 이겼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리아소르의 기적’과 ‘탄천 참사’가 대표적이다.
2004년 4월, 스페인 데포르티보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원정에서 당대 최강 이탈리아 AC밀란에 1-4로 참패했다. 2차전은 데포르티보의 홈구장 리아소르에서 벌어졌다. 역전을 전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데포르티보는 전반 5분 선제골을 포함 3골을 넣은 뒤 후반 31분 쐐기골을 터뜨려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K리그 클럽도 비슷한 아픔이 있다. 성남 일화(성남FC 전신)는 2004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와 결승에서 맞붙었다. 성남은 원정 1차전에서 3-1로 승리해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있었던 홈 2차전에서 전반 17분과 45분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가다가 거짓말처럼 0-5로 대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사령탑 고(故) 차경복 감독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두 사례를 보면 역전 방정식이 나온다. 이른 시간 선제골이 필수다. 서울은 아드리아노(29)와 데얀(35), 박주영(31)의 ‘아데박’ 트리오를 앞세워 전북 수비를 흔든다는 계획이다. 황선홍(48) 서울 감독은 경기 전날인 18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1%의 확률이 있다면 끝까지 해봐야 한다. 가용 자원 을 모두 가동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최강희(57) 전북 감독은 결승 진출을 자신했다. 그는 “우리가 유리하다는 여론을 조심해야 한다”고 일단 방심을 경계했다. 최 감독은 전북을 이끌며 극적인 역전승도 경험했고 반대로 역전패 문턱까지 간 적도 있다. 2006년 울산 현대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홈 1차전에서 2-3으로 졌지만 2차전 원정에서 4-1 승리로 이겨 결승 무대를 밟았다. 그 해 알 카라마(시리아)와 결승에서는 홈에서 2-0으로 이기고 2차전 원정에서 0-2로 뒤져 패색이 짙다가 후반 41분 극적인 만회 골이 나와 종합전적 3-2로 우승컵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적이 일어날 타이밍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축구에서 의외성은 상대를 잘 모를 때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서울과 4번이나 경기했다. 자만하지 않으면 우리가 절대 유리하다. 그럴(1%의 확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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