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첫 무죄 판결
“종교 권리, 형사처벌로 제한 안돼
국제사회도 병역 거부 인정 추세”
헌재 위헌심판 세 번째 결정 주목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최근 1년 새 9차례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잇따르는 등 사법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병역법 88조 제1항)에 대한 3번째 위헌법률심판 결정을 앞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 김영식)는 18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 등 2명에 대해서도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 등의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ㆍ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안보와 관련성이 있다고 해서 소수자의 논리를 외면하고 대체복무를 마련하지 않은 채 입영거부에 대한 책임을 이들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며 “김씨 등이 면제 등의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국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입영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정부가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대체복무제)이 있는데도 국가안보 등 특수한 상황만 강조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병역 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국제적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2009년 유럽연합의 기본권헌장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문화하고, 유럽인권재판소도 병역거부를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하는 등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대법원 판결도 이제 국제 흐름에 맞춰 변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 등은 입영 통지를 받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A씨 등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헌법재판소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열었던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세 번째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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