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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反美로 거듭나나… 두테르테 “中ㆍ러와 군사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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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反美로 거듭나나… 두테르테 “中ㆍ러와 군사협력”

입력
2016.10.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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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軍 장난 시간 충분히 줬다”

더 이상 美와 합동훈련 없을 듯

필리핀 주둔 협정 백지화 언급도

16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브루나이 다바오 공항에서 중국 행 비해기를 타기에 앞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6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브루나이 다바오 공항에서 중국 행 비해기를 타기에 앞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8~21일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대규모 경제협력 강화를 예고하는 한편 중국, 러시아와 군사협력에도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으로 공동보조를 취해온 우방인 미국을 등지고 오히려 중국, 러시아와 거리를 좁히겠다는 전략인데 두테르테 대통령의 복잡한 외교적 셈법에 따라 동남아 안보지형도 출렁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중국 방문에 앞서 홍콩 봉화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군사훈련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할 것이라”라고 강조했다. 반면 그는 “미국에 필리핀 군사력을 가지고 장난칠 시간을 충분히 줬다”며 이달 초 필리핀 북서부에서 진행된 미ㆍ필리핀 연례 합동 상륙훈련(PHIBLES)이 미국과의 마지막 합동훈련임을 분명히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저녁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 취임 후 첫 국빈 방중일정에 돌입했다.

두테르테의 외교노선은 올해 5월 기자회견에서 베니그노 아키노 전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것이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2014년 4월 미국과 방위협력확대협정(EDCA)를 체결하고 23년 만에 미군의 필리핀 재 주둔 길을 열었다.

두테르테의 외교전략은 특히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올 7월 판결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면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BBC방송은 “필리핀은 2013년 1월 남중국해 문제를 PCA에 제소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암묵적인 경제제재를 받았다”며 “두테르테는 PCA 승소를 통해 중국에 국제법적으로 큰 전략적 승리를 거둔 만큼 이제 경제 실리 챙기기로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일로 예정된 두테르테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필리핀에 막대한 선물 보따리를 풀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필리핀 주요 수출품목인 바나나와 망고 등에 대한 수입확대는 물론 중국 관광객의 필리핀 무비자 방문 허용 등도 약속할 예정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을 겨냥해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까지 빗장을 열었다. 미국이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을 인권문제로 비판하자 두테르테는 미군의 필리핀 주둔 근거인 EDCA 협정 백지화까지 언급하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NYT는 “두테르테는 남중국해에서 미국 개입 없이도 중국과 ‘윈-윈’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두테르테의 마약 전쟁에 대해 전면적인 지지를 선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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