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버스 등 차량 3대가 불과 보름 사이 빗길에 전도돼 ‘마(魔)의 터널’이란 오명을 얻은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에 대해 물빠짐과 노면정비 필요성이 제기됐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임창식 박사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교통안전점검차량(TSCV)를 이용한 곰내터널 연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임 박사는 물빠짐, 내리막길, 노면상태 등 곰내터널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고 요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곰내터널 진입 후 100~130m 지점의 좌우경사(편경사)는 0.15~1.2%로 물이 도로 가장자리로 잘 빠지는 경사도인 1.5~2%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우경사가 평평한 탓에 터널로 들어온 빗물이 도로 중간에 고여 수막을 형성하고 차량 제어를 방해하면서 사고 위험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또 정관신도시 방면 도로는 전구간이 내리막길이라 가속이 쉽고 터널 내 단조로운 구조 탓에 운전자가 속도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터널 입구 쪽 노면이 고르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안 박사는 이 구간 종단평탄성(‘0’에 가까울수록 평평함)이 3.78~11.59로 측정돼 차체가 위아래로 덜컹거려 중심을 잃을 수도 있다고 연구를 통해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최근 빗길 전도 사고가 잦은 곰내터널의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것으로, 지난달 17일 윤모(45)씨가 몰던 3.5톤 탑차 전도, 같은 달 12일 이모(61)씨의 트레일러 전도, 지난달 2일 유치원생 21명을 태운 25인승 버스 전도 등이 모두 빗길에 발생했다.
이와 관련, 부산시는 부산경찰청,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현장조사를 거쳐 최고속도제한을 강화(80㎞→70㎞)하고 예비비 10억원을 들여 미끄럼방지시설(그루빙)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세운 바 있다.
임 박사는 “차량과 함께 휩쓸려 들어온 빗물의 배수 문제와 울퉁불퉁한 노면 상태가 곰내터널의 빗길 사고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인다”며 “이런 문제를 종합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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