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경엽/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팀의 2016년 마지막 경기가 끝난 직후, 수장은 준비된 메모를 보며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꼴찌 후보로 평가 받았던 팀을 정규시즌 3위로 올려 놓고, 계약 기간도 1년이 남은 감독과의 이별 순간은 그렇게 찾아왔다. 갑작스러웠지만, 준비된 이별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7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후 인터뷰실에 들어서 경기 총평을 했다. 이어 그는 "오늘 할 말이 많다"며 자신의 휴대폰을 열었다. 이어 휴대폰에 미리 써온 말들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경기 직후 메모 작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곧바로 인터뷰를 위해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번 경기를 앞두고 미리 작성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4년 동안 계속 이러는 것(우승 실패)을 보면 내 능력이 여기까지 인 것도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벼랑 끝에 몰려 총력전을 해야 하는 감독의 발언으로 보기에는 의미 심장한 발언이었다.
염 감독은 휴대폰을 보며 넥센에서 감독으로 보낸 지난 4년을 추억했다. 차분히 말을 이어갔지만, 중간중간 목이 메이기도 했고 씁쓸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나에게 있다. 감독직을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또 "4년 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부터는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채워가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스스로 준비해온 이별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넥센은 예상하지 못한 이별에 당황스러워했다. 넥센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구단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힐 수 없다"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별을 준비해온 염경엽 감독은 떠났지만, 후폭풍은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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