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후 2년 이하 차량대상
시세하락 보험금 지급명시 불구
기준 까다로워 실제 지급 3%뿐
8개월 전 신차(6,000만원 상당)를 구입한 김모(43)씨는 얼마 전 교차로에서 뒤에 오던 차와 부딪혀 범퍼와 트렁크에 손상을 입어 수리비만 1,000만원이 들었다. 뒤차가 과실을 100% 인정해 보험처리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보험사는 김씨에게 수리비만 지급했다.
문제는 사고로 인한 차값 하락. 사고경력이 있는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서 가격이 급락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사고로 차량 시세가 적어도 수백만원 이상 떨어졌을 걸로 보이는데 수리비만 지원해주면 사고 당한 사람만 손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차 사고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보험사가 사고로 떨어지는 차값을 보상해주는 시세하락보험금 지급은 전체의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인데,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고 2년 이내의 차량 사고건수는 2012년 43만4,562건에서 지난해 51만7,336건으로 3년 새 20%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수리비 외에 사고로 인해 차값이 떨어진 데 대해 보상해주는 시세하락손해보험금 지급건수는 작년 연간 1만5,267건으로 전체 신차 사고의 3%에 불과했다. 2005년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시세하락보험금은 출고된 지 2년 이하의 차량이 사고로 수리비가 차량가격의 20%를 넘으면 추가로 수리비의 10~15%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거래가 활성화하고, 신차 사고건수가 늘어나면서 보상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비등하다. 실제 수리비가 차량가격의 20%에 못 미쳐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고객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법원이 잇따라 “차량수리 후에도 ‘사고차’로 분류돼 교환가치 하락하는 손해가 발생했으니 보험사가 배상하라”며 고객 손을 들어주면서 보상기준 완화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해당 보험사들이 항소를 진행 중이지만 대법원에서 지급 확정 판결이 나오게 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한국자동차보상센터 관계자는 “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손해감정서 누적 발급건수가 2013년 500여건에서 올해 3,500여건으로 폭증했다”며 “법원도 신차의 손해부분에 대해 현실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재는 출고 2년 이내 차량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뤄지지만, 연차별로 보험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기한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약관을 변경해 지급기준을 완화하면 무사고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보험금을 노린 자동차보험사기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은 현행 수리비가 차량가격의 20%를 넘어야 지급하는 기준을 10%로 낮추는 등의 기준완화에 따른 보험료 인상폭을 보험개발원에 의뢰할 계획이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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