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공식합의 기대에
러도 산유량 조절 입장 표명
WTI 51.35달러까지 치솟아
유가 30~40% 떨어지지 않으면
10% 수익 얻는 DLS 상품 추천
올해 초만 해도 ‘저유가 쇼크’를 우려할 만큼 추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유가 관련 투자상품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전문가들도 조심스레 투자를 권유하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 변수가 산적해 있어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신중한 상품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0.3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11월 기록한 연중 최저점(배럴당 26.21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 거래가격(배럴당 51.35달러)은 작년 7월 17일(배럴당 50.89달러)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유가 상승에는 산유량 감산 기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알제리에서 가진 비공식회담에서 오간 내용대로 OPEC 회원국들이 오는 11월 30일 열리는 정기회의에서 실제 원유 생산을 줄이는데 공식 합의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11월 감산합의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일 세계에너지총회(WBC) 연설에서 “러시아도 원유 생산을 제한하는 공동 조처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나서면서 OPEC 비회원국들까지 산유량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인 앙듀랑캐피탈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피에르 앙듀랑 펀드매니저가 최근 “국제유가는 올해 말까지 배럴당 60달러, 내년에는 배럴당 7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유가가 크게 반등하면서 유가 관련 투자상품의 수익률도 치솟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인 ‘KBSTAR미국원유생산기업ETF’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22.60%, 12.63%에 달한다. 원유펀드인 ‘삼성WTI원유특별자산1’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7.27%로, 같은 기간 국내(-1.17%)ㆍ해외(1.06%)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공조 가능성이 높은데다, 가을 비수기 이후 겨울 난방수요 증가 등으로 4분기에도 유가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는 유가 관련 투자상품 수익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원유를 매개로 한 투자상품은 크게 ▦상장지수펀드(ETF)ㆍ상장지수채권(ETN) ▦파생결합증권(DLS) ▦에너지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는 펀드 등으로 나뉜다.
요즘 시장에서는 원유에 직접 투자하는 ETFㆍETN 보다 DLS 쪽 투자를 더 추천하는 분위기다. 원유 ETF는 보통 1개월짜리 원유 선물(先物)에 투자하는데, 만기를 연장하거나 갈아탈 때마다 수수료 등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이나 미국 셰일오일 업체의 증산 같은 변수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거나 박스권에 머물 경우, 수익률이 더 쪼그라들 수 있다. 연내 확실시 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조만간 산유국들의 감산이 현실화되면 유가 추가하락의 위험이 줄어드는 만큼 원유 DLS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 원유 DLS는 만기 시점의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통상 30~40%)으로 떨어지지 않고 미리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10% 남짓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80억원 규모에 그쳤던 원유 DLS 신규발행(공모 기준) 금액은 유가 상승 바람을 타고 지난 8월 701억원, 9월 681억원으로 불어났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유 DLS는 현재 50달러 초반인 원유 가격이 30달러 초반으로 떨어져야 손실이 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또 유가가 크게 올라 원유 관련 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석유 파이프라인이나 저장시설 등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도 눈여겨 볼 만하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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