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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ㆍ폭언 갤러리에 눈물쏟은 장하나

입력
2016.10.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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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첫날. 같은 조에서 플레이 한 장하나(24ㆍBC카드)와 이미향(23ㆍKB금융그룹), 수잔 페테르센(35ㆍ노르웨이)이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18번홀 그린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국내 유일의 LPGA 대회를 보기 위해 몰려든 구름 갤러리들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파이팅” “수고했습니다”라는 격려의 말을 쏟아냈다.

장하나는 이날 1언더파로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했지만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 갤러리들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화답했다. 하지만 갤러리 스탠드에서 누군가가 “장하나, 너 말고”라고 쏘아붙였다.

순간 장하나는 움찔했고 굳은 표정으로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했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장하나는 클럽하우스에서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됐는지 오열했다. 급기야 이날 경기 종료 후 참석 예정이었던 ‘대선배’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의 은퇴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하나는 지난 3월 일명 ‘공항 가방 사건’으로 올 시즌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장하나는 당시 스트레스로 생리가 40일 넘게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극심한 빈혈 증세까지 보이면서 결국 입원과 수술을 받고 2개월 가량 필드를 떠나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장하나는 이를 딛고 지난 9일 LPGA 투어 푸본 타이완챔피언십에서 7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생각하면 눈물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그는 ‘장하나 답게’ 댄스 세리머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그랬던 장하나가 팬들과 대회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럽게 울었다.

장하나(BC카드)가 지난 8일 타이완 타이베이의 미라마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얼굴을 가리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장하나(BC카드)가 지난 8일 타이완 타이베이의 미라마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얼굴을 가리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야구나 축구 등의 스포츠 종목은 경기 관람객을 ‘관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골프 종목에서만큼은 관람객을 ‘갤러리’라고 표현한다. 갤러리는 원래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는 화랑 등을 뜻하지만 골프 관람객들이 페어웨이 양편으로 늘어선 모습이 화랑을 연상시키고 화랑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듯 조용히 플레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골프에서 갤러리는 응원을 하는 것이 아닌 선수의 경기를 ‘감상’해야 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국내 프로골프 투어의 갤러리 문화는 관전이 아닌 응원에 가까울 정도로 변하고 있다.

KLPGA는 수년째 올바른 응원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선수 어드레스 시 이동 금지, 카메라 촬영 자제 등의 캠페인 외에 ‘응원하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야유는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갤러리 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갤러리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행동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 몰지각한 갤러리의 폭언이 경기 중인 선수들의 경기력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 장하나에게 폭언을 한 갤러리는 ‘갤러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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