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순위 살만 부왕세자
석유 의존 끊자며 급진개혁 추진
경쟁자 사촌형 겨냥 행보 해석
차세대 중동 맹주 예측 분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회ㆍ경제 구조 개혁에 나선 ‘실세 왕자’ 모하마드 빈 살만 부(副)왕세자(31)가 ‘왕위계승 서열’을 제치고 왕위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살만 부왕세자가 개혁정책을 통해 권력을 다지면서 부친인 살만 국왕이 서거할 경우 사촌 형을 제치고 왕위를 계승할 수 있을지를 집중 조명했다,
NYT에 따르면 살만 부왕세자는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우디의 경제ㆍ사회 구조를 2030년까지 바꾸겠다는 장기 개혁 계획을 주도하면서 전례 없는 초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모하마드는 사촌 형 모하마드 빈나예프(57) 내무장관에 이어 왕위 계승 순위로 두 번째지만 아버지의 신임을 등에 업은 ‘실세 왕자’로 통한다. 내정과 외교 전반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사우디 왕정 사상 전례 없는 1인 권력집중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살만 부왕세자는 그러나 국가 예산을 삭감하고 공무원 급여를 줄이는 긴축 재정을 주도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남부에서 휴가를 보내다 해안에서 440피트(약 132m) 길이의 요트를 발견하고 현장에서 5억 유로(약 6,250억원)에 구입한 것이다. 요트 주인은 러시아의 보드카 재벌 유리 셰플러로, 양자 거래는 수 시간 만에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살만 부왕세자의 이런 거침없는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왕위 계승 경쟁자인 나예프 왕세자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예프 왕세자는 현재 내무장관으로 대테러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타국 왕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젊은 살만 부왕세자가 국정 전반에 걸쳐 급부상하면서 결국 나예프 왕세자를 따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왕실 일각에서는 지나친 1인 권력 집중에 대해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서방측은 향후 사우디 권력 향배를 주시하면서 나예프 왕세자와 살만 부왕세자 ‘두 사람에게 모두 줄을 대는 보험을 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반면 살만 부왕세자의 의욕적인 개혁은 속도가 너무 빨라 사우디 정국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국방장관으로서 그가 주도하는 예멘 사태가 악화하면서 왕실 내에서 비난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킹파이잘 이슬람 문제연구소의 조세르 케치치안 선임연구원은 “왕위 계승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이는 사우디 왕실은 물론 지역 동맹 및 사우디의 국제 파트너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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