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집시법 위반 등 조사
“부검 논란 커지자 등장” 시각도
유족에 5차 부검협의 공문 전달
검찰이 고 백남기씨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 청구 사유로 인용한 이른바 ‘빨간우의’ 남성이 지난해 경찰 조사를 통해 신원이 특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남성은 일부 보수단체로부터 백씨를 가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폭행 관련 조사는 전혀 하지 않아 검찰이 뒤늦게 폭행설을 제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빨간우의 남성을 지난해 12월 11일 집시법 및 일반교통방해죄 위반 혐의로 불러 조사한 뒤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씨 가격 여부는 검찰에서 관련 고발 건을 수사 중이라 조사하지 않았고 신상정보도 넘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백씨 유족은 지난해 11월 14일 그가 경찰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지자 같은 달 18일 강신명 경찰청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같은 경찰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사건 발생 초기부터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빨간우의 가격설이 제기됐던 터라 동영상 채증을 거쳐 신원을 파악하고도 폭행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백씨 부검영장을 청구하면서 “백씨가 넘어진 직후 빨간색 우의 착용자가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이 있다. 상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원인 행위가 뚜렷하지 않다”며 가격설도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검경이 1년 가까이 빨간우의의 존재를 외면하다가 부검 논란이 커지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기 위해 그를 등장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유족 측 조용선 변호사는 “경찰 설명대로 빨간우의 남성을 조사할 때 폭행치상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부검 단계에서 판단을 달리한 것은 영장을 받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백씨 유족 측에 5차 부검 협의를 제안해 영장 집행 의사를 거듭 내비쳤다. 장경석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은 이날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공문을 전달했다. 김 청장은 “부검영장에 적시된 제한 요건을 준수해 25일 집행 시한까지 충분한 협의를 시도하고 집행을 하지 못할 경우 재신청 절차를 밟을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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