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지영업 늘어 매년 증가
작년 외국에 낸 법인세 4조 육박
외국기업 국내납부는 5000억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낸 법인세가 지난해에만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 기업이 지난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는 8분의 1 수준인 5,000억원 가량에 불과했다.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법인세가 훨씬 많아지면서 ‘법인세 국제수지’ 적자는 3조원을 훌쩍 넘었다. 정부는 세금 공제 대상을 축소하는 등 격차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세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대세에는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외국납부 세액공제액은 3조9,467억원으로 2014년(2조7,856억원)보다 1조1,611억원 늘어났다. 외국납부 세액공제는 국내 기업이 국내에 내는 법인세에서 외국에서 낸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로, 작년에 국내 기업이 국내가 아닌 외국에 4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냈다는 얘기다.
증가 추세는 최근 몇 년간 꾸준하다. 2011년 1조5,960억원에서 2012년 2조5,306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늘어난 뒤 2013년에도 2조6,044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5년 만에 2.5배나 늘어난 셈이다.
원인은 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해외 현지 영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준)이 지난해 받은 외국납부 세액공제액은 3조1,682억원으로 전체 공제액의 대부분(80.2%)을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3년 77.8%, 2014년 79.0% 등 매년 커지는 추세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그만큼 수익을 더 거두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기업이 국내 영업 활동 등으로 내는 법인세는 줄고 있다. 2011년 7,813억원, 2012년 7,693억원이 걷히던 외국기업 법인세는 2013년 9,51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4,582억원, 4,919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국내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결국 외국기업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낸 세금이 많을수록 공제액이 늘어나면서 국내 세수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외국에서 낸 세금을 전부 국내에서 냈어야 할 세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내 세수를 잠식한다는 측면은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지난 2014년 세법개정(2015년 시행)을 통해 세액공제 대상 자회사 지분율 한도를 10%에서 25%로 늘리고, 손자회사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를 통해 줄일 수 있는 공제 규모는 기재부 추산으로도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법개정에 따른 효과가 나타날 올해 법인세 납부 결과를 본 뒤 추가 방안 등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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