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정경유착의 고리

입력
2016.10.17 20:00
0 0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발걸음조차 하지 않는다. LG반도체 빅딜(Big Deal)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김대중정부는 대규모 사업 교환인 재벌 간 빅딜에 집착했다. 재벌 개혁의 핵심이라며 LG반도체를 현대전자와 합치려 한 것이다. 빅딜 중재를 당시 전경련 손병두 상근 부회장이 맡았다. 그는 청와대의 명을 받들어 LG그룹을 설득했으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빅딜을 마무리 지었지만, ‘말리는 시어미가 더 미웠던’ 구 회장의 전경련에 대한 서운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그즈음 전경련의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서 하차한 이후 4대 그룹 회장들은 전경련 회장직을 기피하거나 거리를 뒀다. 이후 중위권 그룹 회장들이 나서서 회장직을 이어 갔다. 전경련은 전두환정부 말기에 일해재단을 만들어 재벌의 돈을 끌어 모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대선 비자금을 제공한 것이 드러났다. 1995년에는 “음성적 정치자금은 내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도 이후 세풍사건, 차떼기 대선자금 모금에 개입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당했다.

▦ 최근 들어서도 전경련은 친정부 성향 우익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하고,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대규모 기금을 출연했다. 뿐만 아니라 청년희망펀드나 창조경제혁신센터 평창동계올림픽 모금 등도 전경련이 창구가 되고 있다. 1961년 설립된 전경련이 정부와 손잡고 경제발전을 일궈 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한 측면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전경련은 이후 시대적 변화와 요구를 읽어 내는 데 실패했다. 낡은 관행을 청산하지 못한 채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로 전락하면서 회원사에 외면을 당하고 있다.

▦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17일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무소속 의원까지 가세해 총 73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그렇다고 국회 결의안만으로 민간단체인 전경련을 강제로 해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한 이승철 상근 부회장이 당장 책임져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퇴 후 수습’이 박수 받는 길이다. 싱크탱크 전환이나 대한상의 흡수통합 등은 그 이후에 생각해 볼 문제다.

조재우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