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아시아 정책 다른 면모 보일 것
새 정권 초기 北에 시선 집중
인내보다 전략적 기습이 압도”

세계은행 총재와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졸릭은 “전후 70년간 미국이 지켜온 국제 질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포스트 오바마 시대’ 국제 질서의 급변을 예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차기 미국 대통령은 집권 후 기존 국제질서를 이어나갈지, 아니면 변화를 추구할지부터 선택해야 한다”면서 대선 결과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화두로 던졌다.
졸릭 전 총재는 17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포스트 오바마 세계의 모습’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은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졸릭은 “클린턴은 어떻게든 아시아 동맹국과의 신뢰 관계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지만, 트럼프의 아시아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의 전통적 입장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는 아시아 문제에 대해 미국의 개입을 자제함으로써 지역 패권 다툼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새 정권 초기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을 국가로 북한을 지목했다. 졸릭은 “김정은은 핵을 앞세워 한국과 일본,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는 ‘전략적 기습(strategic surprise)’이 현 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압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협력할지 여부가 차기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정책과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정책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를 화두로 던졌다. 졸릭은 “클린턴은 나토 동맹에 기반해 외교 정책을 수행하겠지만 정작 러시아에 호전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유럽의 통합은 무시하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졸릭 전 총재는 클린턴, 트럼프 양 후보가 꾸릴 내각을 예상하기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세계 경찰’ 역할을 자처하는 개입주의 정책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제이크 설리번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과 미셸 플로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등 노련한 전직 관료들이 포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이미 다수의 공화당원이 등을 돌려 추측하기 힘들다”면서도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 국장이 눈에 띈다”고 썼다.
무엇보다 졸릭은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모든 것은 협상 가능하다’는 트럼프의 말을 인용하며 “트럼프의 기질 탓에 그의 외교 정책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같은 ‘스트롱맨’을 좋아하는 트럼프의 성향과 그의 외교적 무지함을 이용해 전통적 동맹 질서를 전복시킬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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