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착 의혹 前 차장ㆍ과장은 무죄
세월호 참사 직후 구난업체 언딘에게 구난독점계약을 밀어준 혐의로 기소된 전 해양경찰청 간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언딘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최상환(55ㆍ치안정감) 전 해경청 차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김진철)는 1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전 해경청 수색구조과 반장 나모(44ㆍ경감)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나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언딘 이사 김모씨에게 구난업체로 추천해주겠다고 제안한 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게 구난계약 체결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언딘이 사고현장에서 이미 작업 중”이라고 거짓말 해 청해진해운이 언딘과 용역금액을 정하지 않은 불합리한 구난독점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씨는 2013년 7월 12일 경남 통영에서 발생한 해상사고와 관련해 해경 상황담당관실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언딘 이사 김씨에게 전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나씨는 2013년 1월 한국해양구조협회에 대한 지도ㆍ감독 업무를 하면서 언딘 이사 김씨를 알게 돼 친분을 쌓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으로 세월호 실종자들의 수색ㆍ구조 작업에 전념했던 해양경찰들의 명예와 위신이 크게 훼손됐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마저 손상됐다”며 “변명만을 내세우며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함께 기소된 최 전 차장과 박모(50ㆍ총경) 전 해경청 수색구조과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최 전 차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2014년 직위 해제됐지만 서류상으로는 아직 해경 소속이다.
이들은 2014년 4월 17일 언딘 대표 김모씨로부터 미준공된 바지선 리베로호를 사고해역에 투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김석균 해경청장을 기망해 동원 승인을 받은 뒤 강제로 출항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리베로호는 안전검사와 선박등록절차를 받지 않아 적법하게 출항할 수 없는 상태였고 현장에 5일 후에나 도착이 가능해 언딘에 해경이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판부는 “언딘 대표 김씨가 피고인에게 리베로호를 투입을 지원해달라고 청탁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동원해줄 것을 부탁했고 피고인이 허위 보고를 할 고의와 동기가 없었다”며 “피고인들의 공모행위를 인정할 수 없고 직권 남용 등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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