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관객 69만4,101명. 올해 유일한 1,000만 영화인 ‘부산행’이 한창 흥행 질주를 할 때 거둔 성과가 아니다. 지난 16일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가 받아 든 흥행 성적표다. 이 정도면 여름 흥행 대작 부럽지 않다.
‘럭키’가 개봉 4일 만인 16일 200만 고지를 점령하며 늦가을 극장가에서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극장가 비수기에, 최근 흥행 약세 장르로 전락한 코미디로 빚어낸 흥행몰이라 충무로의 눈길을 더욱 끌고 있다.
‘럭키’의 흥행은 유해진의 힘에서 비롯됐다. 킬러 최형욱이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아 미끄러져 넘어진 뒤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며 무명배우의 삶을 살아간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유해진의 ‘개인기’에 기대 설득력을 얻는다. 유해진은 냉혹한 표정을 연기하다가도 연기 열정에 사로잡힌 순수한 모습을 보이며 여러 웃음거리를 제조해낸다. 형욱이 무명배우 재성(이준)과 삶이 뒤바뀐 뒤 실제 나이는 마흔 여섯인데 서른 두 살로 자기를 소개할 때 겸연쩍어 하거나 칼 다루는 실력을 활용해 김밥을 만들어낼 때 관객들은 폭소를 터트린다. 이준 조윤희 임지연 등 다른 출연 배우의 인지도도 무시할 수 없으나 역할의 비중과 무게감을 감안하면 유해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유해진 주연 주요 영화 흥행 성적
※영화진흥위원회 집계(16일 기준)
유해진에게도 ‘럭키’는 매우 의미 있는 영화다. 영화를 홀로 이끄는 ‘원톱’ 주연으로서의 잠재력을 ‘럭키’를 통해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해진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과 ‘베테랑’(2015) 등 조연으로 참여한 영화에서 흥행 파괴력을 보여왔다. 주연 작품 대부분의 상업적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트럭’(2008)과 ‘죽이고 싶은’(2010), ‘미쓰고’(2012) 등은 흥행에서 별 재미를 못 봤다. 김윤석과 연기 호흡을 맞춰 286만786명을 모은 ‘극비수사’(2015)와 차승원과 함께 주연해 126만9,142명을 동원한 ‘이장과 군수’(2007) 정도가 눈에 띈다. 그나마 지명도 높은 배우들과 함께 일군 성적이다. ‘럭키’의 흥행은 유해진 주연 코미디가 상업적 폭발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수기에 이렇다 할 기대작도 없던 상황에서 극장가는 ‘럭키’의 흥행이 반갑다. 가을 흥행을 책임지리라 여겨지던 ‘아수라’가 기대보다 못한 성적(257만7,354명)을 보이고 있어 ‘럭키’의 깜짝 흥행이 지속되길 바라는 눈치다. 한 멀티플렉스 체인 관계자는 “‘럭키’의 최종 관객수를 200만명 남짓으로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관객이 모여 놀라고 있다”며 “450만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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