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앨리슨 리/사진=하나금융그룹 및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제공.
[영종도=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1년 전 얘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의 연습 그린에서 재미동포 앨리슨 리(21)와 처음 마주했다. 그는 형광색 상의와 하얀 스커트를 입고 있었으며 'UCLA'가 적힌 모자와 함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앨리슨 리는 모델을 연상시키는 키(175cm)와 미모를 겸비했지만, 당시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 박성현(23ㆍ넵스) 등 국내 선수들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했다. 앨리슨 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 팬들에게 다소 생소했다. 그는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 비교적 인기가 많았다. 환한 미소 덕분이다.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앨리슨 리는 "경치가 매우 좋다. 골프 팬들도 많아서 좋다"고 한국말로 답했다.
앨리슨 리는 불과 1년 만에 국내 골프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13일부터 16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그는 카를로타 시간다(26ㆍ스페인)와 좀처럼 보기 힘든 명승부를 연출했다. 흥행카드로 내세운 전인지와 박성현이 우승권에서 멀어진 탓에 한국계인 앨리슨 리는 갤러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16번홀 세 번째 샷과 연장전 네 번째 샷은 보는 이들을 특히 열광케 했다. 16번홀 세 번째 샷은 공이 홀컵에 살짝 들어갔다가 나왔다. 공이 완전히 들어갔다면 버디로 기록돼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연장전에선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이어진 기회에서 칩샷으로 공을 홀컵 바로 앞에 붙였다. 들어갔다면 3m 버디 퍼트를 앞둔 시간다를 심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던 터였다.
'극장샷'이 나올 때마다 필드 주위 갤러리들과 미디어센터에 있던 취재진은 함성을 내질렀다. 4라운드 18번홀 티박스에서 한 갤러리는 "이화현 파이팅"이라고 앨리슨 리의 한국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미디어센터의 일부 취재진도 "전인지, 박성현 대신 앨리슨 리가 대회를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앨리슨 리는 아버지(이성일 씨)가 아일랜드계 한국인, 어머니(김성신 씨)가 순수 한국인이다. 미국에 거주 중인 외할아버지 김홍 옹은 이날 대회장에서 손녀딸의 경기를 지켜봤다.
앨리슨 리는 골프를 하면서도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미국 명문대인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정치사회학 전공인 그는 대회 기간 중에도 공부를 병행했다. 앨리슨 리는 3라운드 후 "한 트위터 글을 보고 조금 섭섭했다. 어떤 이가 나를 두고 '오늘 참 잘했다. 골프하면서 UCLA에 다니는 걸로 아는데 그 학교가 쉬우니 망정이지'라고 하더라. 이 학교 절대 쉽지 않다"며 투어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과 관련해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번 주만 해도 친구들과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호텔로 바로 돌아가 공부를 했다"며 "골프와 학업 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앨리슨 리는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항상 밝은 미소를 띠는 데다, 매사에 성실하고 한국인의 피까지 흐르고 있는 그다. 국내 골프팬들이 이번 대회에서 앨리슨 리의 이름을 연호한 이유다.
영종도=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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