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업자 3명 중 1명은 4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한 고학력자로 나타났다. 대졸 실업자 규모가 3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고, 전체 실업자 중에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초로 30%대에 올라섰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실업자는 모두 98만5,000명으로 이 중 32%인 31만5,000명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로 집계됐다. 지난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3분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대졸 실업자 규모가 3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전체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사상 최대였다.
외환위기 아픔이 남아있던 지난 1999년 3분기 전체 실업자 규모는 133만2,000명에 달했으나, 4년제 대학 졸업자는 12.1%인 16만1,0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빠른 고학력화 추세 속에 실업자 중에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덩달아 상승했다.
2005년 15.3%였던 실업자 중 대졸자 비중은 2006년 19.9%로 급상승한 후, 2008년(20.5%) 20%대에 올라섰다. 이후 2010년 23.3%, 2012년 26.8%, 2013년 28.6%, 2015년 28.8%에 이어 올해 30%를 훌쩍 넘어섰다.
전문대 졸업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 비중은 무려 44.5%에 달한다. 실업자 2명 중 1명 가량은 최소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고학력 실업자의 증가는 우리나라의 학력 인플레이션과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2014년 기준 70.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졸자는 계속 배출되나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는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면서 대졸 실업자 수는 물론 전체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반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실업자와 취업자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 모두 추세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일자리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월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포인트 상승한 3.6%다. 2005년 이후 9월 기준으로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 실업률 또한 같은 기간 1.5%포인트 오른 9.4%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실업률이 최근 상승했고 청년층 실업률이 높아진 점도 대졸 실업자 수나 비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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