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0월 17일
모든 개의 조상은, “가장 작은 페키니즈에서부터 가장 큰 그레이트데인에 이르기까지” 늑대다. 큰 견종은 몰라도 작은 견종은 코요테나 자칼이 조상일 것이라는 가설이 무너진 건 1990년대 중반. UCLA의 분자생물학자 로버트 웨인이 전 세계에 분포하는 162마리 늑대와 67종의 크고 작은 견종 미토콘드리아DNA를 코요테 등의 유전자와 비교 분석한 결과 저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떠돌이개와 함께한 행복한 나의 인생’(테드 케라소티 지음, 황소연 옮김, 민음사)
어떤 늑대가 ‘개’가 돼볼까 처음 작심한 시점은 몇 만년 전이라는 설부터 십여만 년 전이라는 설까지 이견이 있다. 어쨌건 아주 먼 옛날 한 인간과 늑대가 눈이 맞아,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지내보기로 했고, 자주 불화하며 때로는 서로를 해치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그 관계를 이어온 덕에 지금의 개들과 인간이 더불어 살 수 있게 됐을 것이다. 그 세월을 거슬러 지금도 개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인간들이 있고,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한 먹잇감으로 생각해서 사람 살에 이빨을 박는 개는 없다. 인간은 공격성이 강한 개를 수만 년간 집요하게 도태시켜왔다.
이제 두 종 사이의 비극은, 문명화한 국가에서는, 현저한 수명의 격차에 기인할 때가 많다. 에세이스트 테드 케라소티는 근작 ‘Pukka’s Promise’에서 반려견의 수명 연구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이 동물보험업계더라고 썼다. 개 생명보험은 1924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영국이 47년, 미국이 82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케라소티는 첫 책(원제는 ‘Merle’s Door’다)에서 “나는 멀(그의 반려견)에게서 파트너의 의미를 배웠다”고 썼다. “훈련의 관건은 요령이 아니라 태도”이며 “태도의 핵심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기꺼이 개의 목줄을 풀어주려는 인간의 마음이다.” 최근 전북 익산에 살던 개 ‘하트’는, 어쩌다 목줄이 풀려 집을 나섰다가 주민들의 눈 먼 욕망에 끔찍하게 희생됐다. 케라소티 기준으로 보자면, 그 동네는 ‘파트너의 의미’를 배울 수 없거나 힘든 곳이다.
개의 수명은 덩치가 클수록 대체로 짧아, 그레이트데인은 약 8~10년을 산다. 2013년 10월 17일, 세상에서 가장 큰 개로 기네스북에 오른 미국 애리주나 주의 8살 그레이트데인 ‘자이언트 조지’(체고 109.2cm, 몸무게 111kg)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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