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1조6000억원 출자전환 이어
1조1000억 대출한 수은에도 요청
완전자본잠식에 수주 예상치의 10%뿐
총 9400억 회사채 만기 내년이 고비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3조원이 넘는 채권단 수혈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이 여전히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조 단위 손실을 내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데다 신규 수주 물량도 애초 정부 예상치의 10% 안팎에 그쳐 회사채 만기가 본격화하는 내년 4월부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자본잠식이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책은행을 통해 최대 3조원에 가까운 자본확충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존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책은행 중심의 대규모 자본확충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 채권단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대우조선에 대한 자본확충 규모를 놓고 최종 조율 중이다.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2분기에만 1조2,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해 6월말 자본금이 마이너스(-4,582억원)로 돌아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 자본금이 올 연말까지 플러스 상태로 채워지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내년 3월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
현재 당국은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에 빌려준 기존 대출금을 주식으로 돌려받는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 2조7,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초 당국은 산은을 통해 1조6,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번에 수은에도 출자전환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수은이 일반대출 형식으로 빌려준 1조1,000억원이 출자전환 대상이다. 급하게 수은을 끌어들인 건 1조6,000억원의 자본확충으로는 완전자본잠식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자본잠식률이 60% 수준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가 우려되는 관리종목(자본잠식률 50% 이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수은까지 출자전환에 참여해 총 2조7,000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대우조선의 자본금은 2조2,000억원으로 불어나 자본잠식률을 40%대로 낮출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금을 일정 비율로 줄이는 감자가 함께 이뤄지면 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수은이 대출금 1조1,000억원 중 얼마까지 출자전환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수은 관계자는 “산은이야 대주주이다 보니 출자전환에 참여할 명분이 있지만 수은은 단순히 채권단이어서 내부에서 얼마까지 출자전환을 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연내 대우조선에 대한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회사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내년 4월 이후다. 대우조선은 내년 4월 4,4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한 해 총 9,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렇게 나갈 돈은 많은 반면, 들어오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달 초 현재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13억달러로 지난해 10월 당국 예상치(120억달러)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5조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마련키로 했지만 현재 마련한 돈은 9,842억원(이행률 18.6%)에 그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수주를 늘릴 수 없는 만큼 대우조선은 사옥 매각을 포함해 내년 4월까지 자구안 이행으로 충분한 실탄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며 “다만 작년에 지원을 약속한 4조2,000억원 중 아직 지원되지 않은 1조원의 비상자금이 남아있기 때문에 바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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