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ㆍ초고화질 한 박자 빠른 투자
중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할 기세다. 중국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초고화질인 8K(해상도 7,680x4,320)급 TV패널 생산을 통해 미래 TV 시장의 패권을 쥐겠다는 생각이다.
16일 시장조사기관 IHS 등에 따르면 대형(9인치 이상) LCD패널 부문에서 2011년 6.1%에 불과했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점유율은 올해 2분기 25.9%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51.9%에서 35.4%로 급감했다. 대만 업체들은 37.4%에서 35.2%로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중국이 한국과 대만의 시장 점유율 감소분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한국과 대만의 양강구도가 무너지고 한국-대만-중국의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중국 업체들은 한 박자 빠른 투자로 대형 패널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8세대 LCD 패널 생산에 몰두하는 사이 세계 2위 업체인 중국의 BOE는 2018년 준공을 목표로 10.5세대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중국 TLC 그룹의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도 2019년 7월 11세대 패널 생산설비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대’는 패널 제작의 원재료인 유리 기판의 크기로 나뉘는데, 세대가 클수록 기판이 커 대형 패널을 만드는데 효율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앞으로 60인치 이상 대형 TV가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10세대 이상 생산라인을 미리 갖춰 원가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화질 경쟁에서도 새로운 경쟁의 판을 만들며 도전하고 있다. 현재 세계 TV시장에서 4K(해상도 3,840x2,160)급 TV는 3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양자점(퀀텀닷)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내세우며 4K급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BOE는 4K보다 화소수가 4배 더 많은 8K급 98인치ㆍ110인치 TV 패널 시제품을 공개했다. 또 65인치 8K 패널 생산도 준비에 나섰다. 대세인 4K가 아닌 8K에서 새롭게 경쟁을 해보자는 의중이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8K 초고해상도(UHD) TV가 보급되기 시작하면 판매량이 2018년 140만대, 2020년 200만대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도 8K TV를 생산할 순 있지만 시장성이 떨어져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업고 발전하는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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