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영화제 수준ㆍ규모 놀라워
亞 넘어 세계로 발돋움 할 것”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생존을 위해 계속 싸워 나가길 바랍니다.” 올해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술레이만 시세(76) 감독은 처음 찾은 부산에 대한 인상을 묻자 “초청작들의 뛰어난 수준과 영화제의 규모에 놀랐다”며 부산영화제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뜻을 밝혔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마주한 그는 “한국이 궁금하기도 하고 꼭 한번 가보고 싶어서 내가 먼저 부산영화제 측에 참석하고 싶다고 요청했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말리의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세 감독은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이다. 말리인으로서는 처음 러시아 모스크바국립영화학교에서 수학했고, 영화 ‘밝음’(1987)으로 아프리아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1983년과 2006년에는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1996년에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현재 서아프리카 영화영상예술인연합(UCECAO)을 이끌고 있다.
시세 감독은 고국 말리와 아프리카의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을 꾸준히 내놓았다. 말리 여성들의 고통을 들여다 본 장편 데뷔작 ‘소녀’(1975)와 공장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노동’(1978), 독재반대투쟁을 펼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 ‘바람’(1982), 남아공 흑인소녀의 사회적 자각을 다룬 ‘시간’(1995)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된 ‘집’(2015)은 시세 감독의 누이 네 명이 말리 정부의 무능과 부패로 인해 빼앗겼던 집을 되찾는 여정을 담은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시세 감독은 이 영화를 부산에 가져와 심사위원들을 초대해 조촐한 시사회도 가졌다.
“저 개인의 이야기인 동시에 말리 사회를 대표하는 문제입니다.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저는 늘 사회적 주제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불공평과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죠. 제 영화의 모든 주제는 생존을 위한 투쟁입니다.” 시세 감독은 “혹시라도 내 영화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될까 걱정”이라면서 “결국엔 인간이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5세 때 처음 본 영화에서 “환상적인 세상을 발견했다”는 시세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영화 제작을 이어왔다. 1980~90년대 경제위기를 겪으며 영화관들이 줄줄이 폐업해 전국에 단 한 곳만 남은 말리에서 그는 이동상영관을 만들어 2개월간 수도 바마코를 순회하기도 했다. 그는 70대 후반에도 멈추지 않는 열정의 원동력을 “삶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협박을 받거나 금전적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코 카메라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영화라는 무기로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해 가고 싶습니다.”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