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트럼프, 스토커 같았다”
트럼프 “클린턴, 약물검사해야”
CNN, 로한 상대 성적 농담 폭로
미국 대선 3차 TV토론(현지시간 19일)을 앞두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신경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잇단 성추문으로 최악의 위기에 빠진 트럼프는 클린턴의 건강 이상설을 재점화하며 ‘약물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클린턴은 트럼프가 지난 2차 토론회에서 ‘스토커처럼 굴었다’며 희화화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클린턴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 같다”며 “운동선수들이 시합 전에 약물 검사를 받듯이 우리도 3차 토론 전에 약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 근거로 “지난 토론 때 클린턴이 처음에는 기운이 넘치더니 끝날 때는 쓰러질 것 같았다”며 “클린턴은 (약물로 체력을) 펌프질한 것 같다. 다음 토론에도 펌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주장을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3차 TV 토론을 앞두고 반전을 도모하려는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자신의 음담패설 파문에 “라커룸(밀실) 농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실제 트럼프에 성추행당했다’는 여성이 지금까지 9명이나 나타나 대선주자 자질론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앞서 14일에는 트럼프가 2004년 당시 18세에 불과한 가수 겸 배우 린제이 로한을 상대로 “침대에서 아주 훌륭할 것” 등의 성적 농담을 한 사실이 CNN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대선이 유권자에게 트럼프가 성범죄자인지 묻는 ‘국민투표’로 흐르고 있다”고 평했다.
클린턴도 트럼프의 ‘폭력적 남성 이미지’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13일 NBC 방송에 출연한 클린턴은 “음담패설 비디오 때문에 화가 난 트럼프는 2차 토론 때 스토커처럼 나를 쫓아다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가 내 뒤에 서 있는 게 느껴졌는데, 정말 이상했다”며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만 페미니스트로 활동한 클린턴은 트럼프의 성추문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NYT는 “남편 빌 클린턴의 성추문에서 자신도 자유롭지 않아 위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7%, 43%로 4% 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의 88%는 “확고하게” 트럼프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WP는 “트럼프의 지지층은 여전히 굳건하다”며 “다음 토론에서 트럼프는 지지층의 확장에, 클린턴은 대통령으로써 비전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트럼프가 2004년 10대 가수였던 린제이 로한을 상대로 음담패설한 내용이 담긴 CNN 보도 내용. 자료: CNN머니ㆍ유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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