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 ‘그녀는 배우다’ ‘그는 배우다’라고 말할 때는 차이가 거의 없다. 영어에서는 좀더 복잡해서 ‘He is an actor’ ‘She is an actress’라고 말한다. 물론 Latin, German이나 Russian 등의 언어에서는 명사마다 성 구별을 해야 할 정도로 상당히 복잡하다. 영어에서도 고대 영어에서는 성 구별이 활발했다가 중세 영어에서 퇴조했다. 암사자(lioness)와 수사자(lion)처럼 다르게 표기하는 것이 성 표기의 기본이지만 성 구분만큼은 시대 문화와 맞물려 상당히 복잡해지고 있다.
오늘날의 영어에서 성 구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가장 흔한 것은 he, boy, man, tiger, god 등처럼 남성 명사(masculine)로, she, girl, women, tigress, goddess 등처럼 여성 명사(feminine)로 정착한 경우다. 그 다음이 ‘보통 명사의 성구분’(common)인데 teacher, child, baby, infant, person 등처럼 지칭 대상이 남성일 수도 여성일 수도 있는 표현들이다. 마지막으로 남녀 구분 자체가 불가하거나 없는 것으로 gold, book, table 같은 물건이나, 추상적으로 부르는 intelligence, childhood, independence 등의 중립 명사(neuter)다.
그러나 현대 영어의 성 구별은 기계적이지 않다. 남녀 구분이 모호할 때는 남성 명사를 보통 명사로 확대해 사용하거나 사회문화적 정서가 어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예가 actor, actress의 비교다. 남자 배우가 actor라는 것은 전통이고 기본이지만 여자 배우를 ‘She’s an actress’라고 했을 때는 professional 하지 못한 배우라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제는 여자 배우도 ‘She is an actor’라고 불리기 원한다. 같은 이유로 여류 시인을 poetess 식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남녀 구별 없이 poet라고 한다. 성직자의 경우도 남자는 priest이지만 여성이라고 해서 priestess라고 부르지 않는다. 성 구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구별 표기를 했을 때 정서까지 감안해 사용 여부를 따져야 한다.
최근에는 blonde라는 형용사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Blonde라는 단어는 본래 프랑스어이고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형용사였는데 이 낱말이 영어에 차입되면서 혼란이 생긴 것이다. ‘She is a blonde’라고 말하면 문제가 없지만 ‘He’s a blonde’라고 적으면 왜 ‘He’s a blond’로 사용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원어 프랑스어 기준을 살리느냐 아니면 영어 식으로 하느냐는 논란으로 이어진다. Paris 발음을 ‘파리’가 아니라 영어식 ‘패리스’로 하는 것처럼 원어의 원칙이나 기준을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이 상당하다. ‘검은 피부’를 언급할 때 남성은 brunet으로 표기하고 여성의 경우 brunette로 구별하는 것이 원어 프랑스에 충실한 것이지만 특히 미국 영어에서는 어느 것을 사용하든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영어의 성 구별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가령 ‘A teacher should not say lies. (___) should always speak the truth.’에서 빈칸에 무슨 단어를 넣는 것이 가장 적합하겠는가 의문이 생긴다. He를 넣으면 여성들이 반대할 것이고 She를 쓰면 남성들이 편파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단수 복수보다 더 중요한 ‘탈 없는 제3인칭 they’ ‘3인칭 단수 대신 복수형’(singular THEY)을 사용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이를 용인하자는 학자들도 더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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