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미흡ㆍ독단적ㆍ인사 잘못 등
일방적 통치 스타일에 민심 이반
대구ㆍ경북 지지율 44% 등
콘크리트 지지층도 이탈 조짐
“사실상 레임덕 진입하는 단계”
새누리 지지율 28% ‘동반 폭락’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의 내림세가 뚜렷해졌다. 지지율을 떠받쳐 온 핵심 지지층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레임덕(대통령 임기 말 권력 누수)의 시계가 빨라지기 시작한 징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26%로 나타났다. 갤럽이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매주 실시한 정기 조사 결과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올 초 40%대였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4월 총선 참패 이후 하락해 30~34% 사이를 맴돌았다. 최근 최순실씨 국정 개입 의혹과 미르ㆍK재단 불법 모금 논란으로 정권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이달 들어선 30%마저 흔들렸다. 결국 이달 7일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 29%로 떨어진 데 이어 일주일 만에 3%포인트가 더 빠졌다.
지난해 1,2월 연말정산 파동 때와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올 4월 총선 직후에도 29%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던 지지율이 더 무너진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못한다’는 부정 평가는 59%로, 일주일 전보다 2%포인트 많아졌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 방법에 따라,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30%대에 그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더 이상 민심을 국정 동력으로 삼기 어려운 상황이 됐으며, 레임덕에 진입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60~80%대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콘크리트 지지층’도 서서히 이탈하는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인 대구ㆍ경북(TK)의 지지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44%였고, 50대 사이에선 35%, 60대 이상에선 55%에 머물렀다. 하지만 다음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쥔 40대(11%)와 중도층(21%) 서울(18%) 인천ㆍ경기(25%)의 지지율은 극히 저조했다. 더구나 PK(울산ㆍ경남ㆍ부산)의 지지율도 27%로 낮아,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TK와 PK의 분열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현 정부 취임 이후 최저치인 28%로 함께 주저 앉았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이 박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해 청와대와 본격적으로 각 세우기에 나설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지지율 추락은 박 대통령의 일방적 통치 스타일에 대한 실망이 민심 이반을 불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박 대통령을 부정 평가한 응답자들은 ‘소통 미흡ㆍ지나친 비공개 국정ㆍ투명하지 않다’(15%) ‘독선ㆍ독단적ㆍ자기중심적 스타일’(7%) ‘인사 잘못’(7%) ‘원활하지 않은 국정운영’(6%)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박 대통령을 지지한 답변자들은 ‘대북ㆍ안보 정책’(22%) ‘열심히 노력한다’(17%) 등을 꼽았다.
문제는 임기가 약 1년5개월 남은 박 대통령에게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정권 심판 민심을 귀 담아 듣지 않고 ‘마이 웨이’ 국정 운영 방식을 고수하면서 임기 하반기 국정 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놓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 갤럽 조사는 11~13일 1,026명을 상대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으며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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