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외국인 에이스 앤디 밴헤켄(37)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나는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며 “내 차례가 됐을 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를 2차전 선발로 돌린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텐데, 잘 맞아떨어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밴헤켄은 2년 전 LG와 플레이오프에서도 2차전 선발로 등판했으나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7⅓이닝 동안 탈삼진을 10개나 잡아내며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엔 넥센이 1차전을 먼저 이기고 잠실로 옮겨 치른 3, 4차전을 내리 잡아 3승1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올 시즌 중반에 돌아온 밴헤켄은 올해 12경기에 등판해 7승3패, 평균자책점 3.38로 건재를 과시하며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밴헤켄이 LG를 상대로 2년 만에 통쾌한 설욕전에 성공하며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밴헤켄은 이날 7⅔이닝 동안 LG 타선을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봉쇄했다. 직구 최고시속은 143㎞에 그쳤지만 주무기인 포크볼과 예리한 좌우 코너워크를 앞세워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올 정규시즌에는 LG를 상대한 적이 없으나 통산 LG전에 12승4패, 평균자책점 2.58로 막강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밴헤켄은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전날 1차전에서 선발 스콧 맥그레거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0-7로 패했던 넥센은 5-1 승리로 되갚고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전날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안타(11개) 완봉패의 불명예 신기록을 쓸 만큼 지독한 득점 가뭄에 시달렸던 타선도 이날은 장단 10안타로 5점을 내는 집중력으로 환골탈태했다.
1차전처럼 초반 분위기 싸움에서 갈렸다. 넥센은 1회말 공격에서 1사 후 고종욱이 우전안타로 찬스를 잡았다. 이어 김하성이 다시 우전안타를 쳤는데 LG 내야진의 기록되지 않은 중계 플레이 실수를 틈타, 고종욱이 홈까지 파고 들어 선취점을 올렸다. 반면 LG는 3회 김용의, 4회 박용택의 병살타가 나오며 찬스를 잇따라 놓쳤다.
넥센 임병욱은 승기를 잡는 한 방이자 2016년 포스트시즌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임병욱은 1-0으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상대 LG 선발 우규민의 139㎞ 짜리 직구를 통타해 우중간 담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 짜리 솔로 아치를 그렸다.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를 치르는 동안 처음 나온 홈런이다. 2014년 넥센에 입단한 임병욱은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안타가 솔로 홈런으로 연결됐다. 넥센은 2-0으로 앞선 4회 다시 1사 만루 기회를 잡고 서건창의 2타점 우전 적시타, 2사 3루에서 고종욱의 우전안타가 터져 3점을 보태 균형을 완전히 깼다. 8회 2사 후 밴헤켄을 구원 등판한 넥센 마무리투수 김세현은 서상우에게 적시타를 맞았지만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정규시즌 세이브 1위(36개)다운 모습을 보였다.
두 팀은 하루 쉰 뒤 16일부터 LG의 홈인 잠실로 장소를 옮겨 3, 4차전을 치른다.
한편 준플레이오프 2차전 입장권 1만6,300장도 모두 팔려 지난해 두산-NC의 플레이오프 5차전부터 포스트시즌 10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이어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ㆍ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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