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혁신 설계 능력 갖춰야”
과감한 M&A로 신성장동력 확보
중간지주사 도입 함께 사업 추진
계열사 CEO들 치열한 실천 결의
“사업 담당 임직원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도 직접 현장으로 나가라. 성과가 나오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하라.”
최태원 SK 회장이 12일부터 2박3일간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내린 특명이다. SK그룹은 매년 10월 세미나를 열어 그룹 경영 전략과 사업 방향 등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의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달랐다. 최 회장이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돌연사)할 수 있다”며 사업ㆍ조직ㆍ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안을 이번 세미나에서 제출하란 숙제를 줬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이은 발화(發火) 사고로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결정한 삼성전자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품질 논란까지 휩싸인 현대자동차 등 국내 ‘빅2’ 기업이 위기에 처하며 재계 서열 3위인 SK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때다.
최 회장은 세미나 내내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기 초월성이 있어야 한다”며 “근본적 혁신의 방향과 방법을 그려낼 설계 능력을 갖춘 뒤 끈질기면서도 자기희생적으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CEO도 “세미나를 통해 ‘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다른 CEO도 “그 동안 사업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구호는 많았지만 결국 ‘변화를 위한 변화’에 그치며 기존 사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SK 계열사 CEO들은 ▦과감한 인수합병(M&A)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중국ㆍ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주요 사업조직 전진 배치 ▦핵심 사업의 글로벌 파트너링 강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사물인터넷( IoT)ㆍ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확보 등을 실천하기로 했다.
특히 중간지주회사 도입으로 SK의 전체 지배 구조를 바꾸고, 관계사의 자산을 합쳐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리소스 풀링’(자산 공유)을 시행하자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중간지주회사는 SK브로드밴드ㆍSK플래닛ㆍSK텔링크를 거느린 SK텔레콤, 도시가스 회사를 아래 두고 있는 SK E&S 등이 구체적 사례로 거론됐다. 이들 회사처럼 고도화ㆍ전문화한 사업 분야는 중간지주 역할을 하는 회사를 만들어 자회사에 흩어진 법무ㆍ재무ㆍ홍보 기능을 모아 업무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각 계열사의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 등을 공유, 함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왔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에 진출할 때 정유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과 현지 공사 경험을 가진 SK건설가 사업 경험과 정보 등을 공유하면 비용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 기존 연공서열식 평가ㆍ보상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회의ㆍ보고문화 개선, 복장 자율화, 자율업무시간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세미나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 16개 주력 계열사 CEO와 임원 40여명이 참석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