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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내 서재 속 고전’(2015)

입력
2016.10.1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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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높은 망망대해, 배 저어가는 젊은이에게

큰 힘이 된 작은 이야기들

편집자로 일하던 출판사를 그만둔 후, 퇴사 기념으로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도쿄. 하필이면 50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지라 지하철은 내내 연착이었고, 질척거리는 눈 때문에 여행 가방은 금세 지저분해졌다. 그래도 도쿄에 들른 김에 짙은 눈발을 무릅쓰고 일전에 책 작업을 했던 서경식 선생님 댁을 찾았다.

책을 만들면서 만난 사이지만 그것은 엄연히 일로 맺어진 관계. 하지만 이때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 선생님과 일 외의 이야기를 찬찬히 나누었다. 바깥 날씨는 차가웠지만, 이 자리만큼은 훈훈했다. 때마침 내 생일이 끼어 있었는데, 조그만 케이크를 사주셔서 타지에서의 특별한 축하도 받았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서 한국에 돌아와 며칠 후, 나와 나눈 이야기를 인트로로 쓰신 선생님의 신문 칼럼을 읽게 되었다. 그 칼럼에 지칭된 나는 ‘편집자’가 아니라 ‘젊은 벗’이었다. 필자와 편집자 사이이기도 하지만 이제 친구이기도 한 거구나 싶었다. 감사한 마음이었다.

새로이 출판사를 만들어야지 고민하면서, 내가 잠깐 등장하기도 한 이 연재 원고를 선생님께 주십사 부탁 드렸다. 흔쾌히 출간을 허락해주신 선생님은 책의 머리말에 이렇게 써주셨다. “이 책이 거친 파도가 이는 대해에서 배를 저어 가려는 젊은 출판인에게 작은 격려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잔뜩 쌓여 있는 일들에 치여 지칠 때면, 아직도 가끔 이 구절을 펼쳐 읽는다. 이 ‘작은 격려’에 출판인이자 벗으로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내가 만들어낸 이 책들도 독자들에게 그러하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렇게 만들어진 ‘내 서재 속 고전’은 ‘코리안 디아스포라’ 서경식을 버티고 견디게 해준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 대한 글들이지만, 서평가의 독후감이라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훨씬 드러내 보여주는 에세이이다.

서경식의 모국어는 한국어이지만 그의 모어는 일본어이기에 필자는 대개 일본어판을 참조해서 글을 썼다. 그래서 ‘내 서재 속 고전’의 말미에 여기에 소개된 책들의 일본어판, 한국어판을 비롯한 다양한 외국어 판본들을 꼼꼼히 정리하기도 했는데, 아직 모든 책이 한국에 소개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출간 이후 한 권씩 번역이 진행되어 한국어판이 출간되고 있다. 가토 슈이치의 ‘양의 노래’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이 대표적이다.

결국 재인쇄를 할 때마다 이 한국어판 책들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출판업자로서 재쇄를 찍는 건 언제나 기쁜 소식이지만, 그와 함께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국어로 된 좋은 책을 만나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뿌듯한 마음도 함께 누리고 있다. 우리 출판사로서는 기념할 만한 첫 책이면서 좋은 양서들을 한국에 선보이는 데 산파로서의 역할까지 한 책인 셈이다.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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