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로 생산인구 급감
육아ㆍ간병 부담 여성 인력 위해
정부, 근무혁신 기업에 각종 혜택
“근무방식 혁명은 복지문제가 아니다. 단순작업이나 데이터 처리는 기계와 인공지능(AI)이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일하는 시간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고, 미래는 생각해내는 일만을 사람이 맡게 된다. 삶과 일의 밸런스가 맞아야 아이디어가 나온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의 홍보담당 야기타 메구미(八木田恵実ㆍ26)씨가 13일 밝힌 야후재팬의 근무형태 변화 이유다. 야후재팬은 조만간 전직원 5,800명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준비단계로 이달 1일부터 ‘도꼬데모 오피스’(어디든지 사무실)라는 특이한 근무방식을 시작했다. 야기타씨는 “한 달에 5회에 걸쳐 원하는 날짜를 지정하면 집이든 찻집이든 휴양지이든 회사 사무실이 아닌 곳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토ㆍ일요일 쉬고 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월요일을 지정하면 고향에 가있어도 그날만 인터넷망을 통해 근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경우 특정지역에서만 근무하는 ‘지역 정사원’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를 이미 실시중이다. 매장이 붐비는 주말 근무시간을 늘리고 평일 하루를 대신 쉬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 5일 10시간 미만으로 일하느냐, 주 4일간 10시간씩 일하느냐의 차이”라며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지만 정확한 효과는 좀 더 두고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입사 5년 이상된 사무직과 기술직 등 2만5,000여명의 본사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만 회사에 나가 일하면 된다.
미쓰비시도쿄UFJ, 미즈호은행 등 대형은행들도 유연근무제에 나서는 등 일본 기업들이 올 들어 봇물 터지듯 근무제도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근무형태 파격에 집착하는 것은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직결된다. 연 30만명씩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여성인력 활용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 여성들에겐 육아와 고령부모 개호(간병) 부담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 고령자 간병을 위해 이직하는 인구가 연 10만명에 달할 정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보육원ㆍ노인시설 부족을 단숨에 해결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게 일하는 방식 개혁이다. 담당 장관까지 둘 정도로 국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근무제도를 다양화하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내놓자 기업들도 정부방침에 빠르게 적응하며 속도가 붙는 상황이다.
다만 급격한 근무혁신에 따른 시행착오도 지적되고 있다. 도쿄에 있는 인재파견회사 ‘CA세일즈스탭’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출근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출근제’를 운영 중이다. 일정한 영업성과를 거둔 다음달은 주 1일을 정해 쉬거나 출근을 하더라도 일을 안해도 되는 독특한 형태다. 대상 직원 70명중 매달 30~40명이 권리를 얻는다고 한다.
회사 측은 “과거 주4일 근무를 무리하게 실시했다가 실패한 경험 때문에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거 획일적인 주4일 근무제에서는 업무 부담이 동료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쉬는 직원도 마음이 편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중간단계로 현재의 자유출근제를 한발 후퇴했다는 설명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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